백신의 황제 이종욱의 삶
백신의 황제 이종욱의 삶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0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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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몬드 에버리의『이종욱 평전』

[북데일리] 단호하면서 따뜻한 의지가 엿보이는 눈빛이다. 표지 속 인물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산하 기구 WHO 수장을 지낸 이종욱 박사의 생전모습이다. 데스몬드 에버리의 <이종욱 평전>(나무와숲. 2013)엔 WHO 사무총장 백신의 황제라 불린 이종욱의 삶이 담겨 있다.

 의사라는 직업은 참으로 고귀하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욱 총장은 의사로의 본분을 잃지 않은 올바른 청년이었다. 1970년대, 모든 의사가 봉사활동으로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건 아니므로. 결혼에 대한 그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그 시대 의사에게 소위 좋은 집안의 딸이 아닌 봉사활동에서 만난 일본인 레이코를 아내로 맞았으니 말이다.

 그는 남들이 걸어간 길을 답습하는 삶이 아니라 개척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더 넓은 세계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일은 험난했지만 원하는 삶과 마주했다. 한국인으로 WHO에서 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그곳에서 일했고 수장이 되었다.

단순히 의학적 지식과 연구에 대한 목적만 있다고 해서 세계보건기구에서 총장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없다. 그에겐 고통 받는 인류에 대한 절대적 사랑이 있었다. 질병으로부터 절규하는 이들을 의지만으로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와 기업의 관심이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비젼을 제시하는 능력, 그것이 이종욱 총장에게 있었다.

 전쟁을 통해 자신의 눈앞에서 죽음을 마주하던 어린 시절, 한센병 환자를 돌보던 청년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생과 사의 순간을 목도하면서 그에게 어떤 사명감이 자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았지만 그들의 처참한 삶의 투쟁은 이종욱 총장의 연설문을 통해 실감하게 되었다. 전쟁이 아니라 단순한 질병 때문에, 약을 구하지 못해서 죽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누구도 약을 구하지 못해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병원이 없다는 이유로 진단이나 검진이나 치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HIV 양성인 어머니가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사형신고를 내려선 안 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에이즈 고아로 만드는 대신 그들을 돌보며 살아야 합니다.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진단과 상담, 치료, 간호를 받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동시에 사람들인 감염 예방법을 알고, 또 실행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합니다.’ (제 59회 세계보건총회 사무총장 보고 중에서, 360쪽)

 누구나 원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 삶을 위해 남모를 노력을 쏟아야만 가능하다. 부정적인 사고가 아닌 긍정적인 사고도 필요하다. 안정된 직장을 위해 넓은 세상이 아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이다. 자기 인생에서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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