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져야 할 '은밀한 시간'
누구나 가져야 할 '은밀한 시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1.29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속 명문장] <밤이 선생이다>중에서

[북데일리] <밤이 선생이다>(2013. 난다)는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첫 산문집이다. 다양한 매체에 실었던 칼럼과 자신이 썼던 글을 엮은 책이다. 모두 여든 편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아무 편이나 펼쳐 읽어도 좋다. 다음은 강의 중에 울린 학생의 핸드폰에 대한 일화로 시작하는 <은밀한 시간>의 일부다.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시간, 나에게 은밀한 시간은 언제였던가, 묻게 만든다.

 ‘나는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시간을, 다시 말해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남이 모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식구들에게도 그런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애들은 그 시간에 학교 성적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소설이나 만화를 보기도 할 것이며, 내가 알고는 제지하지 않을 수 없는 난잡한 비디오에 빠져 있기도 할 것이다. 어차피 보게 될 것이라면 마음 편하게 보는 편이 낫다고 본다.

 아내는 그런 시간에 노래방에 갈 수도 있고, 옛날 남자친구를 만나 낸 흉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늘 되풀이되는 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여름날 왕성한 힘을 자랑하는 호박순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자랄 것이며, 폭죽처럼 타오르는 꽃이라 한들 감시하는 시선 앞에서 무슨 흥이 나겠는가. 모든 것이 은밀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281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