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변화시킨 '경이의 5일'
그녀를 변화시킨 '경이의 5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2.26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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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파이브 데이즈>

 [북데일리] ‘인생은 그랬다. 지금 세상의 중심에 있다가도 한순간에 휩쓸려 사라질 수도 있는 것, 바로 그런 게 인생이었다.’ 109쪽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이는 얼마나 될까? 반복되는 직장 생활, 자라면서 곁을 주지 않는 아이들, 권태기라는 이름으로 위안을 삼는 부부관계, 이런 상황은 우리네 주변에서 흔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가 아니라 그냥 사는 삶 말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파이브 데이즈>(밝은세상. 2013) 의 주인공 로라도 다르지 않다. 영상의학과 기사로 일하는 23년 차 아내이자 남매를 둔 엄마로 실직한 남편과 사랑에 실패한 대학생 아들 외모에 치중하는 십대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그녀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의 질병을 확인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남편, 환자들의 아픔에도 마음이 쓰였다. 지쳐있는 로라에게 낯선 도시에서 열리는 주말 학회는 스스로에게 주는 휴가 같았다. 잠시 아이들과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로라는 그곳에서 보험영업을 하는 남자 코플랜드를 만난다. 놀랍게도 그는 로라와 모든 걸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 통하는 남자였다. 어떤 주제를 꺼내도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로라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달라질 각오만 있다면 인생은 언제나 경이를 드러내며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일깨운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경이를 스스로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경이로울 수 있다는 걸 망각하고 살아왔다. 변화를 두려워해 능력을 매몰시켰다. 우리들의 삶에 찾아드는 온갖 걱정 사이에서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잊고 산다면 계절은 메트로놈처럼 오갈 뿐이리라.’ 357쪽

 다른 삶을 꿈꾸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둘은 새로운 시작을 계획한다. 각자의 가정을 정리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변화를 다짐한다. 로라의 선택은 옳았다. 쪽지를 남기고 떠난 코플랜드의 선택이 틀린 것이다. 환희를 보여준 5일 동안의 사랑이 가져온 상처는 너무도 컸다. 집으로 돌아온 로라가 예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하면 괜찮을 거라는 아내와 엄마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로라는 자신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코플랜드와의 사랑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결정을 내린 건 로라였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집을 구하고 남편과 이혼을 선택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선택을 존중한다. 로라는 새로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만 다하는 일상이 아니라 행복한 권리를 집행하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말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 살면서 한 번쯤은 고민하는 주제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 속 로라의 삶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겁게 사는 방법을 말이다. 모든 행복의 시작은 나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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