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가니니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가니니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1.2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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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담긴 음악가의 삶

[북데일리]  ‘내 노래는 말이 아니라 느낌이 필요해, 나는 노래 안에서 눈물을 흘려요.’ (마리아 칼라스, 133쪽)

 하나의 음악이 탄생하여 내 귀에 들리기까지 여정을 안다면 그 음악은 이전의 그것과 다르게 존재할 것이다. 음악 속에 담긴 누군가의 인생을 함께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승찬의 <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책읽는수요일. 2013)을 통해 음악 본연의 의미에 가까이 다가선다. 알지 못 했던 음악가의 인생을 읽는다.

 모든 음악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테너 카루소를 시작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음악의 아버지 바흐, 영화로 다시 만나는 모차르트, 베토벤, 카라얀, 번스타인, 최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진은숙, 양성원 등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의 삶이 음악으로 인해 어떻게 빛나는지 들려준다.

 음악과 이야기가 만났을 때 얼마나 멋진 하모니가 완성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게이샤 출신의 여인이 계약결혼 후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부르는 아리아를 글로 만나니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슬픔이 가슴에 스며든다. 자신을 향한 사랑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택했지만 결국 사랑의 배신으로 아이까지 유산하고 약물 남용으로 죽음을 맞이한 소프라노 칼라스와 생계를 위해 귀족의 자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사랑을 키웠지만 신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베토벤의 비참한 생도 다르지 않다.

 ‘음악은 장식으로 듣는 게 아니다. 음악으로만 들어야 한다.’ (베토벤, 161쪽)

 이처럼 저자는 음악보다는 음악가의 인생에 대해 파고든다. 스페인 내전으로 스페인 공화정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쫓겨나 죽을 때까지 조국의 땅을 밟을 수 없었던 첼리스트 카살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참전해 포로 수용소 안에서 날마다 연습을 한 바리톤 피셔-디스카우, 누구나 차별 없이 서로 아끼는 세상을 바라며 <마술피리>를 작곡한 모차르트, 스승의 딸 클라라와의 사랑을 위해 소송도 불사한 작곡가 슈만, 술자리에서도 첼로를 놓지 않는 양성원,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늘 악보를 빌려 베껴야 했던 작곡가 진은숙, 등 그들에게 음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저자는 겉으로 드러난 부와 명성으로 가려진 그들의 고독, 불운, 슬픔, 상처를 들여다보며 음악의 의미를 되새긴다.

 ‘태초에 리듬이 있었습니다. 선율보다 먼저 리듬이 말입니다. 그것이 사람 몸에 들어가 춤이 되더니 몸 밖으로 나와서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하여 선율이 없는 음악은 있으되, 리듬이 없는 음악은 없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음악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리듬을 타야겠지요. 그렇게 리듬에 몸을 맡기면 음악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223쪽

 하나의 음악에 하나의 삶이 숨 쉬고 있다. 그러니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 이란 저자의 말은 옳다. 음악을 들으며 떠올리게 된 그는 훌륭한 예술가 이전에,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새삼 위로가 된다.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음악가 있다면 그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좋다. 물론 아무 곳이나 펼쳐도 나쁘지 않은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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