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집에 은둔 250kg 남자
10년째 집에 은둔 250kg 남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1.0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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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무어의 『무게』..어른을 위한 성장소설

 [북데일리] ‘세상의 외로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면 의지할 수 있다는 생각. 철저하게 혼자라는 것에는 달콤한 낭만이 있으며 그래서 내가 더 고결한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내 고독에는 목적이 있다고, 아, 틀림없이 그렇다고.’ 357쪽

 세상과의 관계를 끊고 사는 대부분은 한 번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즈 무어의 <무게>(2013. 문예출판사)속 아서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소위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다.

 아서와 켈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먼저 아서가 켈의 엄마 샬린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한때 아서가 교수였던 시절 야간 학생이었던 샬린에게 자신의 지난 삶과 현재의 모습을 고백한다. 아서는 교수를 그만두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에서 250kg의 몸무게로 혼자 살아가는 쉰여덟 살의 남자다. 10년 째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삶에서 외출이란 단어는 사라졌고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게 일상의 전부다. 샬린과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유일한 의미였고 즐거움이었다.

 서른 여덟 샬린의 삶은 아들 켈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열아홉의 켈은 공부보다는 야구를 잘 하는 소년이다. 아빠는 네 살 때 떠났고 엄마는 항상 술에 취해 산다. 켈은 자살을 시도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샬린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삶을 아들이 이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켈을 지역 고등학교가 아닌 부자 동네에 입학시킨 이유도 그랬다. 샬린에게 가장 빛나던 때는 야간으로 대학 수업을 받으며 아서와 사귄 짧은 시절이기 때문이다.

 아서는 켈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샬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 누군가 자신의 집에 올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지만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아서는 집을 청소하기 위해 업체에서 연락하고 욜란다의 방문을 받는다. 욜란다는 250kg의 거구를 지닌 초로의 남자인 아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어린 욜란다가 부담스러웠지만 아서는 그녀를 돕고 싶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임신을 한 욜란다를 집에 머물게 하고 함께 산책을 한다. 모든 게 낯설었다. 유명한 건축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후 처음으로 느껴 본 따뜻한 감정이었다.

 샬린은 켈에게 편지를 남긴 채 자살에 성공한다. 켈은 엄마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더구나 아서가 아버지라는 엄마의 편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네 살 때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찾았지만 엄마의 말은 사실이었고 아서 역시 아버지가 아니었다. 켈은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 린지와 그녀의 부모님이 있었다. 아서에게 욜란다가 있듯 말이다.

 소설은 시종일관 우울하다. <무게(Heft)>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인물의 감정을 묘사로 설명한다. 먼지와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거대한 집에 혼자 살고 있는 아서, 낡고 좁은 집에 술과 약에 취한 샬린, 둘 사이를 이어주는 전화기와 편지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지 보여준다. 전화기와 편지는 소통의 동의어이다. 아서와 샬린은 세상과 단절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두려웠고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 하는 어른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다. 250kg의 몸무게가 삶의 무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 무게를 함께 나룰 누군가가 있으니 닫힌 문을 열어도 괜찮다고, 힘내라고 응원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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