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많은 그 서점이 수상하다
비밀 많은 그 서점이 수상하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1.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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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동안 이어진 서점의 비밀

 [북데일리] <페넘브라의 24시 서점>(2013. 노블마인)은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반가운 책이다. 편의점도 아닌데 24시간 영업하는 서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전까지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클레이는 웹디자이너다. 경기 불황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24시간 운영하는 페넘브라 서점에서 야간 근무를 한다. 서점에서 책을 읽지 말라는 근무 조건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면 엄격하게 따라야 할 조건이 세 가지가 있네. 첫째, 자네는 밤 10시에 서점에 나와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일해야 하네. 둘째, 서가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거나 읽어서는 안 돼. 오직 회원들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기만 해야 하네. (…) 자네는 그날의 모든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네. 시간, 손님의 외모, 손님의 심리 상태, 그가 책을 어떻게 요청했는지, 어떻게 받아갔는지,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은지, 모자에 로즈메리 가지를 꽂지는 않았는지 등등.” (27~28쪽)

 손님은 대부분 노인이었고 그들이 원하는 책은 사다리를 이용해야 만 꺼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클레이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회원들의 인상착의를 기록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게 여겨졌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회원들과 서점의 책이 궁금했던 클레이는 그간의 장부를 통해 비밀과 마주한다. 페넘브라의 서점은 500년 동안 이어진 ‘부러지지 않은 책등’ 이란 비밀 단체의 회원들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회원들은 책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이다.

 소설은 뉴욕의 지하 비밀 도서관을 운영하는 거대 조직과 실존 인물인 베네치아의 인쇄업자인 ‘알두스 마누티우스’ 가 단체의 창립자로 암호를 숨겨 놓았다는 설정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역사 속 인물을 떠올리거나 긴 사다리가 펼쳐진 페넘브라 서점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컴퓨터에 몇 개의 키워드와 명령어만 입력하면 비밀 코드를 풀 수 있는 세상에 직접 책을 읽은 방법으로 비밀을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다니. 놀라운 건 세계 곳곳에 같은 서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단체의 최고 수장인 코르비나는 클레이가 구글 직원인 캣과 친구들을 동원해 책의 비밀을 풀어내는 일을 반대한다.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 디지털을 생활화하는 젊은 세대와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기성 서대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게 보여준다. ‘부러지지 않은 책등’ 이란 단체를 통해 인쇄술의 역사와 책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읽는 방법이나 보관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종이책이나 전자책 둘 중 어느 하나가 최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 파일화로 보관하는 도서관이 늘고 있지만 낡고 오래된 책 본연의 모습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미래의 어느 날, 책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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