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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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0.0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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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명예의 조각들』

 

[북데일리] <명예의 조각들>(2013. 씨앗을뿌리는사람들)은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미래소설 ‘보르코시건 시리즈’ 의 첫 번째다. 소설은 바라야 제국의 장교 아랄 보르코시건과 베타 개척지의 천체탐사대 출신 코델리아 네이스미스의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30세기, 지구가 아닌 여러 개의 우주 행성계가 존재하고 저마다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코델리아는 탐사선을 타고 무인 행성을 탐험하다 다른 행성들의 싸움에 휘말려 아랄의 포로가 된다. 아랄은 에스코바 전쟁에 참가했지만 정치적 음모로 제거 위기에 처한다. 베타와 바라야는 적대적인 관계에 놓였지만 아랄과 코델리아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명예를 최우선으로 하는 아랄은 코델리아에게 신사적으로 대하고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랄의 어머니가 베타 출신이라는 사실과 과거의 사랑에 대한 상처까지 털어놓고 만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당신네 문화는 아주 자유롭고 고요한 것 같소. 햇빛처럼 순순하고. 슬픔도 고통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없고, 공포 때문에 범죄자로 변하는 젊은이도 없겠지. 멍청하게 질투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 명예를 잃는 일도 절대 없을 것 아니오.”

 “그건 환상이에요. 명예를 잃을 수도 있죠. 단 그런 일이 하룻밤 새에 벌어지지는 않아요. 조금씩, 조금씩, 여러 해에 걸쳐 명예가 흘러가는 거죠.” 82쪽

 아랄이 자신의 왕복선으로 복귀하고 포로가 된 코델리아는 바라야 군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은 타오르고 아랄은 코델리아에게 청혼을 한다. 포로가 된 적국의 여인에게 청혼하는 남자라니, 정말 로맨틱하지 않은가. 그러던 차에 코델리아의 부하들이 왕복선에 잠입한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다시 바라야의 고속정에 잡히고 만다. 코델리아는 악랄한 장교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지만 아랄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베타 개척지의 언론은 아랄을 학살자로 비난하고 정부는 코델리아를 감시하며 약물을 통해 바라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국가를 위해 개인은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코델리아는 자신으로 인해 명예를 잃은 아랄을 지키기 위해 그에게로 향한다. 모든 선택의 끝엔 사랑하는 사람이 닿아 있었다. 결혼 후 황제에게 섭정 제안을 받은 아랄은 평범한 인생을 꿈꾸는 아내 때문에 주저하지만 코델리아는 아랄에게 명예를 주고자 한다. 그랬다. 명예를 지키는 건 사랑이다. 아랄의 말처럼 코델리아에서는 명예가 샘물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아랄을 위한 명예가 말이다.

 “당신에게서 명예가 샘물처럼 솟아난다고 말했소. 사방으로 명예를 뿌린다고.”

 “말도 안 돼요. 나는 명예나 그 밖에 다른 걸로 가득 찼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드는데요. 혼란이라면 몰라도요.”

 “당연히 그렇겠지. 샘물은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으니까.” 349쪽

 1986년에 발표된 소설이라니 정말 놀랍다. 단순한 우주여행과 기이한 생물체의 등장부터 인공으로 만든 식품, 플라즈마총, 기억을 지우는 약, 인공자궁까지 철저하게 정보를 수집한 노력이 대단하다. 우주의 행성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소설은 SF에 관심이 없거나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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