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유명작가 집' 방문기
발로 뛴 '유명작가 집' 방문기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3.06.25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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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집 갔더니 고양이만....

[북데일리]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는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12명의 집 방문기이다. 제목에 나와있는 헤밍웨이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에드거 앨런 포 같 은 거장이 포함되어 있다.

작가들의 집은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작업환경에서 책을 썼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동시에 창작의 순간을 함께했던 공간과 사물을 보여주며, 작가가 못다 표현한 생각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멋진 서재와 정원과 같은 ‘작가의 집’을 소재로 한 문학예찬 식의 책이 아니라는 점. 저자는 이를 책 제목에서 ‘Skeptic Guide’(회의론자의 가이드)라고 명백히 밝혔다. 이를 보여주듯 작가의 집에 대한 비판과 냉소 그리고 유머가 있다.

헤밍웨이는 알려진 대로 여러 곳에서 거주했다. 저자가 처음 방문한 곳은 햇볕이 따듯한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집이었다. 키웨스트 관광객의 절반은 헤밍웨이를 보러 온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를 실어 날라준 택시 운전사는 “5년 내에 헤밍웨이의 집은 망할 거라고, 관리도 안 하고 에어컨도 없다”고 악담을 한다. 실제로 가보니 가짜 물건들이 헤밍웨이가 살았던 것인 양 연출하고 있었다. 물론, 헤밍웨이가 애정을 쏟으며 키우던 고양이들의 후손은 실컷 볼 수 있다. 이 고양이들은 헤밍웨이의 침대를 포함해서 금줄이 쳐진 소장품들을 마음껏 이용한다.

저자는 사회가 진정 문화를 지원하고 싶다면, ‘작가의 집’ 같은 돈이 많이 드는 물적 공간보다는 우리 시대의 가난한 작가들을 지원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를 다음과 같이 대구식으로 표현한다.

“글쓰기는 돈이 너무 안 되며 일반에 공개된 집들을 유지하는 데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p.218)

작가의 집 역시 한편으로는 부동산일 뿐이다. 작가의 집이라는 프리미엄을 기대했지만 전혀 없었다는 부동산 업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책은 발품을 팔아 현장을 생생히 담은 부동산 보고서 혹은 도시의 역사서 같기도 하다.

포의 집은 현대 미국 동부 연안 도시 지역의 빈곤 지형도를 보여준다. 원래는 부서졌을 포와 관계된 집들이 보존되어 관광객에게 공개되고 있다. 셋 모두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며 늘 예산이 부족하다. 포는 늘 빈털터리였으며 집을 산 적이 없고 어느 한 셋집에 오래 산 적도 없었다. 이런 집들은 미국 작가로서 포가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걸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걸까? 그리고 이런 박물관들은 1849년 포의 사망 이후 미국의 경제 성장과 확장을 보여주는 지표인가, 아니면 이 모든 궁핍한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조건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실패의 증거인가. p 208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이런 ‘껍질’ 안에 들어 있는 ‘문학성’이다. 저자는 작가들의 저택에서, 작가 이야기와 책에 대한 감상을 곳곳에서 털어놓았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 좋아할 책이다.

트웨인이 천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허구의 창조자라는 점을 잊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엄정하고 충직한 재창조보다는 더욱 현실처럼 실재의 세계를 증강시켜 주는 상상력의 활약을 마음껏 즐겼다. 거기에, 가끔 은근슬쩍 흐려지는 진실과 거짓의, 진심과 가장의 경계를 탐험하는 데도 큰 기쁨을 느꼈다.  p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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