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연주자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연주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6.24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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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즐거움 <피아노를 듣는 시간>

 

  [북데일리] ‘우리는 눈을 감은 채 음악에 나 자신을 맡길 수도 있고, 아무런 성찰 없이 단순히 음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음악을 체계화할 수도 있고, 음악을 지적인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고, 음악을 심리적으로 형상화할 수도 있고, 음악을 시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10쪽,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음악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다. 음악은 건조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런 음악에 더 가까이 닿고자 직접 연주를 하거나 공부를 한다. 수많은 악기 중에 피아노는 가장 대중적인 악기다. 하지만 피아노에 대해 잘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의 <피아노를 듣는 시간>(2013. 한스미디어) 은 피아노에 대해 말한다. 그러니까 이 책엔 피아노를 위한 책이자 피아노와 음악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긴 것이다.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피아노를 들려준다. A의 Akkord(화음)부터 Z의 Zusammenhang(연관성)까지의 키워드로 음악, 피아노 연주 기법, 유명 작곡가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때문에 피아노를 비롯한 다른 악기를 연주하거나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반갑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같은 이유로 단순히 피아노 연주를 듣는 일반 독자에게는 음악 전문 용어는 생소하며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무척 매력적이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왜냐하면 연주가로서 어떻게 연주를 해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며 전달할 수 있는지 글을 통해 그의 진심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책에서 만나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쇼팽 등 유명 작곡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쇼팽은 다른 악기들을 끌어들이지 않고 오직 피아노라는 악기에 헌신했으며, 모차르트의 소나타는 아이들에게는 쉽고 연주자에게는 너무 어렵고, 피아노 연주시 페달을 신경 써서 밟아야 할 작곡가는 슈베르트라고 알려준다.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이다. 피아노 연주를 들을 때마다 이 책이 떠오를 것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들을 때 알프레드 브렌델이 소개한 부분을 읽고 듣는다면 분명 전과는 다르게 들릴 터. 작품에 대한 사랑이 연주자의 손끝에서 어떻게 피어나는지 귀를 기울이고 마음으로 들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음악과 피아노를 사랑한 연주가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연주하는 작품에 대한 사랑은 음악적 형식이나 구조에 매몰되지 말고 그 틀을 뛰어넘어도 됩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죠. 색감, 온기, 열정, 감각미가 더해지면 사랑의 대상은 살아있는 존재로 깨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손끝에서 탄생한 생명체에 우리 손으로 피를 흘리게 하거나 멍들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죠.’ <107쪽,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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