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맛은 '개밥그릇 밑바닥에'
삶의 맛은 '개밥그릇 밑바닥에'
  • 노수진 기자
  • 승인 2013.06.24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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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각성을 부르짖는 <철학하는 인간>

[북데일리] ‘현대인들의 삶의 문제는 존재 각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김광수 전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쓴 <철학하는 인간>(연암서가. 2013)은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사회는 실용성, 효율성, 성공, 행복을 좇기에 급급하다. 저자는 이 상황의 대안 혹은 보완재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철학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진리란 무엇인가!

이 책의 마지막 장 ‘불멸’은 저자의 주장을 가장 쉽고 극명하게 보여준다. 출발은 나이 든 괴테를 사랑한 23세 처녀 베티나의 사랑 이야기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괴테의 집을 방문하여 ‘괴테 부인과 몸싸움을 함으로써 괴테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과시’했다. 저자는 베티나에 관한 가설 하나를 소개한다. 그녀가 괴테를 통해 불멸을 추구했다는 것.

인간은 필멸하기에 불멸을 꿈꾼다. 저자는 바로 이 점, 인간이 죽는 존재라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죽음이 삶에 대한 새로운 생각, 즉 존재의 각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중요한 주장이다.

“죽음으로 인하여 삶은 최초의 기회요 마지막 기회이며 단 한 번의 기회가 된다.” 325쪽

물론 이 존재의 각성이 모두에게 다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바로 그 점에 이 책의 존재의의가 있다. 저자는 존재 각성을 해야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신비로운 존재의 맛을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호승 시인의 시 ‘밥그릇’을 알아야 한다.

‘개가 밥을 다 먹고 /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중략)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이를 김광수 식으로 말하면 ‘밥만 먹어서는 삶의 맛을 제대로 못 본다. 밥 너머 존재의 밑바닥을 핥아야 한다.’이다. 책의 메시지를 시를 통해 절묘하게 전하고 있다. 일찍이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를 통해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선언했다.

‘인간처럼 필멸하는 것은 결코 소멸되지 않고, 금각사처럼 불멸하는 것은 소멸시킬 수 있다’

인간은 소우주이며, 유한한 시간을 사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자다. 결국 그 인간을 만드는 것은 철학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철학적 음미’를 통해 인간은 불멸하기도 한다고. 다소 어렵지만 철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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