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키는 작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키는 작지 않았다
  • 노수진 기자
  • 승인 2013.06.20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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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뒤엎는 지식'을 모은 책

[북데일리] 화장실 내에서 세균이 가장 많은 물건은 무엇일까? 참고로 변기는 아니다. 답은 칫솔일 가능성이 크다. 칫솔은 변기 물을 내릴 때 1.8미터 반경까지 퍼지는 세균 덩어리 물안개에 사정없이 노출된다.

<지식의 반전-거짓말주의보>(해나무. 2013)는 잘못된 의학적ㆍ역사적 상식의 오류를 바로잡는 책이다. 영국 BBC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QI에서 나온 기상천외한 질문과 그 해답을 담았다.

저자들은 잘못된 출처, 표기 오류, 속설의 진위를 파헤침으로써 황당무계한 거짓말이 왜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책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뒤엎는다. 이를테면 사무실 책상에는 변기 의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무실 책상 한 곳에는 1억 마리의 미생물이 서식한다.

나폴레옹이 키가 작았다는 상식도 사실이 아니다. 그는 작지 않았다. 많은 이가 나폴레옹의 키가 작았다고 믿고 있지만, 이것은 오역과 선전이 결합된 산물이다.

1821년 나폴레옹을 부검한 프란체스코 안토마치는 나폴레옹의 키를 ‘5/2’라고 기록했다. 이것을 미터 단위로 바꾸면 169센티미터다. 당시 프랑스인 평균키가 164센티미터였으므로 작은 키라고 할 수 없다. 다만 나폴레옹 옆에 서 있던 근위대 척탄병들의 키가 컸을 뿐이다. 이 근위대 척탄병의 키는 적어도 178센티미터는 되어야 했다. 나폴레옹 주위를 에워싼 병사들은 눈에 띄게 컸고, 이로 인해 나폴레옹의 키는 작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또한 이 책은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기록상의 오류가 많을 뿐 아니라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이 딸려 올라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역사적 기록은 무수한 사실들 가운데 일부분을 주관적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간과되거나 잘못된 기술이 섞이고, 종종 엉뚱하게 전달된다.

흑사병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흑사병을 겪은 사람들은 무엇에 등을 돌리게 되었을까? 마녀? 쥐? 그것은 다름 아니라 물이었다.

1348년 파리대학교의 의학자들이 페스트가 코와 입, 피부 구멍을 통해 유해한 공기가 몸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발표했다. 그러자 갑자기 목욕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가 자살행위처럼 여겨졌다. 씻지 않아서 나는 몸 냄새 때문에 오일, 파우더, 향수가 등장했으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결코 씻지 않았다. 계급과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몸에는 이와 벼룩이 우글거렸다. 루이 13세는 “나는 겨드랑이 냄새가 나.”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곁다리로 이야기하는 역사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사상 가장 특이하게 올림픽 기록을 깬 선수는 일본인 마라톤 선수 시조 가나구리이다. 그는 1912년 대회에 출전했는데 30킬로미터를 뛴 다음 어떤 집에 들어가 물 한 잔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만 소파에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곤 이튿날 아침에 깼다. 1967년 76세 때 다시 초청을 받아, 나머지 구간을 완주했다. 그의 기록은 54년 8개월 6일 20.3초이다.

상식을 바로잡는 저자들의 작업은 마치 현미경으로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보다 정밀한 현미경을 갖다 대면, 관찰 대상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던 모습을 드러내거나, 이전의 낡은 현미경으로 잘못 보았던 부분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들이 진실을 캐낼수록,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들은 오류를 드러내면서 다른 지식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미시세계가 그 끝을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무지를 캐내는 저자들의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잠을 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양을 세는 짓은 하지 말도록. 2002년 옥스퍼드대학교 실험심리학과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50명을 대상으로 잠을 청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런데 서양의 전통적인 양 세기 방법을 썼을 때, 잠이 들기까지 평균보다 더 오래 걸렸다. (p. 100)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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