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이여 '인문 폐인' 되시라
아줌마들이여 '인문 폐인' 되시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6.18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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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은의 <모든 순간의 인문학>

 

 [북데일리] <추천> 인문학을 말하는 책이 넘쳐난다. 하지만 인문학이 어렵다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 그 편견을 깨는 책이 있다. 한귀은의 <모든 순간의 인문학>(2013. 한빛비즈) 은 철학적이거나 지루하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감정들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그로 인해 깊게 파인 마음의 구덩이를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힘을 키워 관계까지 확장시킨다면 삶은 달라질 거라 말한다. 그게 바로 인문학이라는 거다.

 ‘어쩌면 사는 일은 자신을 긍정하는 일이다. 우리 시대에 자신을 긍정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일터에서, 학교에서, 하물며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다가도 비난을 받는다. 미니홈피나 어쩌다 단 댓글에 대해서도 비판을 당한다. 그런 비난과 비판은 이 세계 전체가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러니 비난은 다반사고 자기 긍정은 힘겹다. 그러므로 칭찬이 필요하다. 이 시대의 칭찬은 단지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한 일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우리를 존재에 대해 긍정으로 이끌고 특별한 관계를 만드는 힘이 있는 언어다.’ 121쪽

 책은 크게 5가지 <사랑이 사유로 반짝이는 순간>, <나에게서 낯선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 <고독이 명랑해지는 순간>, <상처가 이야기로 피어나는 순간>, <우리가 기꺼이 환대할 순간>로 나눠 우리의 삶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 감상한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우리의 삶에 대입한다. 밥 먹고, 일하고, 사랑하고, 자괴감에 빠지고, 늙음을 두려워하는 일상이 담겼다.

 일상의 기록이나 나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막장 드라마나, 로맨틱한 영화를 보는 일, 목욕탕에서 익명의 누군가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일이, 수다가 아니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신선하다. 그런 일들로 인해 인문학은 일상으로 스며들 것이다.

 ‘나는 아줌마들이 ‘드라마 폐인’ 에서 ‘드라마 - 인문 - 폐인’ 이 되기를 바란다. 찜질방이나 찻집에서 드라마에 대한 담론을 펼치면서 삶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여주인공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주위의 남자들을 품평하는 즐거움도 누리면서, 은밀하게 자기 자신의 욕망과 콤플렉스와 사랑을 떠올려보았으면 좋겠다.’ 194쪽

 책이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건 저자의 솔직함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 가족, 상처, 실패 등 사적인 감정들을 들려준다. 장녀로서의 부담감, 똑똑하지도 잘나지도 못해서 겪는 좌절감, 술로 견뎠던 시절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책과 더 가까워진다. 우리의 삶이 거대한 사건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스스로가 봉인했던 어떤 기억이나, 순간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삶은 어떤 감정들이 발생하여 상쇄되는 과정의 반복이다. 다른 듯 같은 감정에 상처 받고, 관계는 힘들다. 그 감정에 매몰된다면 삶을 지루하고 불행하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듯 다른 시선에서 마주 보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삶은 다른 얼굴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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