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자의 낯선 하루>(이덴슬리벨. 2013)는 방송작가이며 여행작가인 저자 권혜진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 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녀는 여행자의 시선만 있다면 방 안, 옥상 위, 부엌, 거리, 버스 정류장, 카페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익숙한 공간에서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은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일상에 매어 있던 정신의 혁명이다. 그것은 시선의 변화, 습관의 탈피, 정신의 자각인 일종의 레볼루션, ‘일상 혁명’인 셈. (중략) 그것은 랭보의 바람구두 정신이고 니체의 망치, 카프카의 도끼, 케루악의 비트, 혹은 어느 중학생 무명씨의 정신인 ‘OH, SHIT'이다. (중략) 당장 출발하자. 비용은 당신의 영혼 21그램, OH, SHIT을 동반한 희열과 방탕미소 도시락이면 충분하다.” (p9~p10, '일상 비틀기에서 시작하는 여행’중에서)
그녀는 여행을 위해 커다란 사각 여행용 트렁크를 싸고 여행을 준비하며, 실제로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설레는 기분을 만끽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갠지스 강물을 바라보듯 초연함을 누리기도 하고, 일부러 길을 잃고 기꺼이 미궁을 헤매기도 한다. 이처럼 설레임 가득한 낯선 하루를 마주하며 '정신의 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모든 여행의 재미는 준비하는 순간부터 생기는 것 아닌가. 여행 루트를 짜고 필요한 준비물을 사고 배낭을 싸고 하는 순간에 이미 여행은 시작된다. 혹자는 오히려 준비 기간이 여행이 준 기쁨의 절반 이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풍 준비는 그 자체로 즐겁다. 이왕 떠날 여행 제대로 준비해본다. 한번 준비해두면 두고두고 언제든, 오즈의 땅으로 떠날 수 있다는 게 옥상 피크닉의 최대 장점이니.”(p28, '태평양 한가운데로 떠나는 옥상 피크닉‘중에서)
이때 잊지 말고 꼭 준비할 것이 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맥주와 취향에 따라 커피나 홍차. 하지만 음악은 필수다. 더불어 여행 기분을 무르익게 해 줄 책 <오즈의 마법사>도. 자신의 방으로 떠나는 여행은 어떤가.
“일단 천천히 내 방의 둘레를 걸어본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중략) 총 일흔다섯 걸음의 순례길. 내 방을 걸으며 하찮은 흔적들 구석구석까지 풍경 독서를 해 나가는 것. 그것은 ‘나’라는 거대한 대륙을 탐험하는 길이다. 일종의 순례길이다.” (p151, '걸어서 내 방 순례'중에서)
평소 좋아하는 철학자와 작가들, 화가들의 액자를 따라 방 사방을 걸어 보라는 것. 이어 프랑스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1780년 42일 동안 가택연금으로 자기 방을 여행하며 <방에서의 여행>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며, ‘내 방 순례 같은 자발적 유배시간은 조용하지만 강한 혁명 같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이 놓여 있는 ’빨간 방‘, 읽고 싶은 책들을 싸들고 가는 ‘한강의 키 작은 나무 아래’로 떠나는 치유여행도 소개한다.
실제로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캐리어를 싸고 ‘차르르, 차르르’ 바퀴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여행 기분을 만끽하다니,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어디론가 휘리릭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때 그녀의 일상여행을 따라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여행의 발견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