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레이첼이 사람들의 몸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볼 수 있었던 건 미숙아로 태어난 자신을 사랑하고 축복한 외할아버지 때문이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만날 때마다 생명의 소중함과 모두의 삶을 축복하셨던 기억이 그의 가슴에 살아 있었다. 삶에 숨겨진 신비와 감사를 사람들과의 상담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저자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죽음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암에 걸린 아내만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종이학을 접던 의사가 환자에게 종이학을 건네 이야기, 혼자를 단순하게 암 환자로만 보다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환자를 격려하게 된 의사,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사람들, 열일곱 살에 당뇨를 진단 받은 소년, 아들이 희귀암이란 사실에 분노하는 엄마,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무기력에 빠진 아내, 여섯 살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은 부모처럼 모두 아프고 안타까운 사연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고통을 통해 이제껏 발견하지 못한 삶의 다른 모습과 마주했고 그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고통이 없는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되도록 고통의 상황을 외면하려고 하지만 항상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진정으로 삶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겪는 고통이나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연민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고통의 상처에서 얻은 지혜만이 진정한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안식처를 찾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고통이 없는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148쪽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는 건 힘든 일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라면 더욱 그렇다. 섣불리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쉽지 않다. 진심으로 기도하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큰 힘을 얻을 것이다. 고통에 직면한 당사자와 그를 지켜보는 이, 힘겨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말이다.
‘누군가의 삶을 축복해준다는 것은 그가 지닌 고유함을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본질 속에서 성장하도록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누군가를 우리가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면 그가 지닌 본래의 모습을 망가뜨리게 된다. 삶을 축복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2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