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머문 장소와 흔적을 찾아
책이 머문 장소와 흔적을 찾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6.05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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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정수복의 책에 대한 무한 애정

 

‘책을 읽은 일은 커다란 정원을 이루는 연이어진 작은 정원들을 거니는 유쾌한 산책이다.’ (31쪽, 책에 대한 명상 중에서)

 [북데일리] 책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지만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명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책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사회학자 정수복의 <책인시공>(2013. 문학동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책을 향한 무한 애정을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책이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들과 소통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책이라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좋다. 한 권의 책은 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었을 때 그 느낌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어디서 읽느냐에 따라 색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저자는 집 안과 집 밖으로 나눠 책 읽는 공간에 대해 말한다. 서재를 제외하고 집 안에서 책을 읽는 장소는 거실 소파, 부엌 식탁, 침대, 화장실 등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집 밖에서 책 읽는 장소로는 색다른 장소가 많았다. 장석주가 카페에서, 안정효는 산사에서,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는 묘지에서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서점과 도서관을 빼놓을 수 있을까.

 ‘독서가 저자와 독자 사이의 소리 없는 대화라면 그런 대화가 이루어질 적절한 장소가 필요하다. 도서관은 저자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독자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장소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 독자가 쓰는 글은 저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233쪽

 책 곳곳엔 저자가 담은 프랑스의 서점, 도서관, 책 읽는 모습이 있다. 책에 빠져든 풍경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저자는 쉽고 간단한 글로 책에 대한 자신의 풍부한 지식과 소중한 추억을 들려준다. 더불어 어디서든 책을 읽는 풍경을 마주하기를 소망한다.

 책을 읽는 일은, 책과 나만의 대화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건 은밀한 일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한 권을 책을 마주할 때,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책은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책으로 남을 터. 책이 머문 시간과 공간을 다룬 이 책이야말로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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