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가 감동적인 까닭
'노인과 바다'가 감동적인 까닭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5.02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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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날들...." 생을 탐구하는 작가, 헤밍웨이

 

 [북데일리]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p. 10

 웨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문학동네. 2012)는 간단히 말하자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이끄는 건 제목 그대로 노인과 바다뿐이다. 노인을 이해하고 따르는 소년이 잠깐 등장하지만 소설의 중심엔 노인이 있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바다에 나갔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더 이상 잘 나가는 어부가 아니다. 자신을 응원할 가족도 동료도 남아 있지 않다. 물론 그가 반드시 물고기를 잡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바다로 나갈 준비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바다는 삶의 전부이었고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산티아고는 혼자다. 금방이라도 그를 삼킬 채비를 한 바다에서 물고기를 기다린다. 먹을 것을 찾아 바다를 나는 새에게 말을 건넨다. 고요하고 고요한 시간, 그는 좋아하는 야구와 꿈에 본 아프리카를 떠올리며 아침마다 자신을 찾아주는 소년을 생각한다.
 
  마침내 미끼를 문 물고기, 그 힘이 대단하다. 그와 물고기의 힘겨운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그는 알지 못했다. 그저 물고기가 반가웠을 뿐. 어느 누구도 거대한 힘을 가진 물고기와 대결하고 한 손과 등의 힘으로 낚싯줄을 버티고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할 수 없다. 다만, 그에게 물고기가 갖는 의미를 알고 묻고 그 대답을 듣고 싶을 뿐이다. 
  
  ‘언제나 매번 새로 처음 하는 일이었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과거를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p. 69
 
  언제나 매번 새로 처음 하는 일이라니, 이런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많은 날들을 더 살아야 할까.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며 혼잣말을 하는 밤, 배고픔에 몸을 옴짝달싹 못하는 순간에도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끈을 끊어버리면 간단하게 끝났을지도 모른다. 줄에 쓸려 상처가 난 손과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상어 떼와 싸우느라 녹초가 된 그에게서 치열한 생을 발견한다. 바다가 존재하는 한 그는 아마도 매일매일 바다에 나갈 것이다. 물고기를 잡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인걸. 운이 있다면야 물론 더 좋겠지.’ p. 33

  이 책이 주는 감동은 한평생 고기를 잡아오며 살아온 그의 삶에서 묻어 나오는 감사는 아닐까. 투덜대기만 하는 삶, 뭔가 요행을 바라며 허황된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하루하루의 충만함을 왜 모르냐고 묻는 듯하다. 대가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아무런 장치 없이 그저 노인의 단순한 행동과 말만으로도 이토록 강한 울림을 주다니.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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