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602>열쇠구멍 속 거미
[365 글쓰기 훈련]<602>열쇠구멍 속 거미
  • 임정섭 대표
  • 승인 2013.04.1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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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365 글쓰기 훈련]은 글쓰기 실력은 높이기 위해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과제는 관찰의 글입니다. 무엇이든 자세히 보면 훌륭한 글의 소재가 됩니다. 거미 한마리를 예사롭지 않게 들여다 봄으로써 누에고치 실처럼 글이 이어졌습니다.

<602> 열쇠구멍 속 거미

[글쓰기훈련소]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문 열쇠구멍으로 기어 들어왔어. 난 거미를 조심스럽게 창문에 올려놓고 나뭇잎을 조금 췄어. 거미는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었어. 밤에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잠든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이윽고 거미는 작은 병 모양이 되더니 방충망에 위아래로 줄 몇 가닥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떠나 버렸어.

무덥고 먼지 낀 세상이었어. 희미한 빛이 비치는, 그리고 위험한. 한번은 작은 깡충거미가 현관 난간 위를 기어가다가 내 손에 뒷다리로 서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초록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보았어. 너는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진짜로 그랬어. 따뜻한 여름날이었어. 요트 몇 척은 항구 주변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누가 알 수 있겠어. 열쇠구멍의 작은 거미야. 행운을 빈다. 살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살아라. *일부 수정, 편집함.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소장, '글쓰기의 모든 것'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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