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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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4.0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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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아름다운 자연

 [북데일리] <추천> 벚꽃 폭포가 눈을 사로잡는다. 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이다. 그저 당연하다고만 생각한 자연의 위대함이다. 그 놀라운 자연을 담은 책이 있다.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경이로운 일상을 고스란히 글로 옮긴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2013. 마음산책)이 그것이다.

 김연수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수록된 시 <기러기>로 잘 알려진 메리 올리버는 항구도시인 프로빈스타운에서 자연과 함께 살며 느끼는 일상을 들려준다. 그러니까 시인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을 그려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꾸미지 않고 고스란히 기록하고 전한다. 그림을 그리듯 아름다운 자연을 글로 섬세하게 스케치한다.

 ‘3월이다. 파랑새들이 하늘에서 미끄러지듯 날아다닌다. 4월이다. 고래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희귀한 참고래가 해안에 도착한다. 만으로 들어오고, 가끔 항구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장난을 아는지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뒤채고, 물 위로 뛰어오른다.’ 23쪽 「흐름」 중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밀과 백합이 자라거나 자라지 못하는 건 비에 달려 있다. 그 해에 비가 넉넉히 내리면 가을에 나무들은 고운 단풍 빛깔로 우리를 눈멀게 한다. 비의 양에 따라 연못도 신선해지거나 물이 말라 늪지로, 심지어 사막으로 변하기도 한다.’ 132쪽 「위안」 중에서

 특별하거나 놀랄만한 일상이 아니다. 그저 눈에 닿는 풍경들, 손에 잡히는 자연들이다. 동반자인 몰리멀론 쿡과 기르는 개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고 지난 시절을 추억하기도 한다. 변화하는 세상을 향한 안타까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녀의 글을 통해 우리에게로 온 그것들은 매우 놀랍고 특별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을 왜 몰랐을까.

  ‘겨울 아침, 나는 5시나 그 전에 계단을 내려온다. 하늘은 검지만 오래가진 않는다. 나는 커피를 끓이고 창문마다 다니며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본다. 분홍, 귤색, 라벤더색 빛이 동쪽 수평선을 따라 돌진하다가 안개처럼 하늘로 기어올라 어둠의 안쪽 모퉁이에서 바르르 몸을 떤다. 우주의 은밀한 곳! 색깔들이 물 속으로 흘러들고 모든 것이 푸르게 변한다.’ 122쪽 「먼지」 중에서

  감탄사가 절로 쏟아지는 아름다운 책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자연의 위대함을 시인은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 생에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천천히 읽어야 좋을 책이다. 한 문장을, 한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좋다. 누구라도 이 봄날과 가장 완벽하게 어울리는 책을 고르라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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