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총알로 물고기 잡아?
김용택 시인, 총알로 물고기 잡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2.2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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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북밴 공연

[북데일리] 김용택 시인이 27일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북 콘서트’를 통해 유년 시절의 이야기 한 보따리를 털어놓았다.

지금은 메꿔져서 사라져 버린 호수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예전 그가 살던 진메 마을에는 하늘빛과 산빛을 닮은 호수 '용소'가 있었다. 용이 못 된 이무기가 산다고 전해지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김 시인은 총알로 물고기 잡기'를 시도했다. 

예전 6.25 당시, 마을로 빨치산들이 많이 내려왔다. 그들은 밤에 동네 어른들에게 탄약을 나르게 했다. 강을 건너 탄약을 옮길 때 너무 무거워서 그것을 한 두 개씩 빼놓고 날랐다. 전쟁이 끝나고 보니 강가에 실탄이 많이 묻혀 있었다. 비가 많이 오면 실탄이 떠 다녔고, 잡아당기면 기관단총알들이 줄줄이 따라 나오기도 했다. 신고를 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총알에서 화약만 빼내서 모으고, 탄피만 엿장수한테 엿을 바꿔먹었다.

용소에는 잉어나 가물치 같은 물고기가 굉장히 많았다. 어느 날 아이들은 그 물고기들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총알들이 엮어진 것을 논두렁 물가에 놓고, 그 위에 화약을 놓고 도화선처럼 이어서 불을 붙였더니 불이 연속으로 붙었다. 그 끝 쪽에 나무를 쌓아 놓고 불을 붙였는데, 탄피 속에 든 화약이 ‘빠방 빵 빵...’ 연속해서 터졌다.

그 소리가 총소리처럼 엄청나서 마치 전쟁이 터진 것 같은 상황. 동네 어른들이 놀라 다 뛰어나오고, 아이들은 엄청나게 쥐어 터지고 파출소까지 끌려갔다오고 말이 아니었다. 물론, 물고기는 전혀 잡지 못했다. 총알이 물속으로 들어갈 리가 없으니까. 이후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리며 하는 말, “고기가 너희를 잡겠다. 이놈들아!”

시인의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이다. 시인은 그 때만 생각하면 가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소회를 밝혔다. 관객들을 가난했지만 그리운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했던 이야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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