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가 된 한비야 `당신은 평화를 믿나요`
`수호천사`가 된 한비야 `당신은 평화를 믿나요`
  • 북데일리
  • 승인 2006.12.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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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나라 이라크, 너도나도 앞 다퉈 벗어나려고 했던 전쟁터로 떠난 두 사람이 있다.

7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지 탐험을 했던 바람의 딸 한비야, 그녀가 난민을 돕는 국제 NGO 월드비전의 긴급구호 요원으로 변신했다.

예전처럼 재미있게 세계 여행을 계속할 수도 있는데 왜 힘든 일을 시작 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라고 대답했다. 한비야는 어릴 적부터 그녀가 겪어야 했던 약자의 경험들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약자들을 여행길에서 만나게 되고, 재미있는 여행보다는 그들에게 더 끌리게 되었던 것이다. 한 번도 긴급구호 일을 해 본적이 없는 그녀였지만,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녀는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도 피하지 않았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2005)는 그녀가 5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네팔, 팔레스타인 등에서 긴급구호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거저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 안에서 날개를 잃어버려 문이 열려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새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거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이자 수업료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中 -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임영신은 2003년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평화의 증인이 되고자 이라크로 떠난다. 왜 그곳으로 가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그녀 또한 “저의 맥박은 아니 세상의 맥박은 바그다드에서 뛰고 있었던 듯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어디가 아플 때면 아픈 부위의 맥박이 유난히 크게 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가장 아프고 연약한 그곳에서 자신의 맥박이 가장 고동친다는 것이다.

<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 2006)에는 임영신이 지난 4년 동안 이라크, 레바논, 스리랑카 등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그곳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보고 느꼈던 평화에 대한 증언이 담겨져 있다.

가장 소중한 성과… 그건 ‘관계’인 것 같아요. 이슈는 지나가고 관심은 잊혀지죠. 하지만 관계는 계속되잖아요. 이 여행은 많은 이들의 꺼져가는 관심을 관계로 빚어낸 소중한 만남의 여정이었습니다. 뉴스 속의 이슈가 지나가고 모두의 기억에서 이라크가 사라져도 죽는 날까지 서로를 심장으로 기억할, 그래서 사랑할, 관심에서 관계로 치환된 것. 그것이 가장 소중한 성과입니다.

- <평화는 나의 여행> 中

TV에서 보여주는 뉴스 속에는 ‘전쟁’만이 존재한다. 전쟁을 일으킨 당위성을 보여주기 위해 재구성한 모습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곳에는 전쟁을 당해서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한비야와 임영신은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보았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라크 사람들이 절대 위험하지 않으며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따뜻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피와 맥박을 끓게 했던 이유, 그곳으로 뛰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앗살라 말라이쿰(당신에게 평화를)!

이라크 사람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인사를 던진다.

“평화”, 우리에게는 참 낯설게 다가오는 말이다. “산소”와 같은 말이라고 해야 하나. 질식해 죽을지도 모르는 화재 현장에서 우리는 비로소 산소의 필요성을 느끼곤 한다. 평화라는 말도 그런 것이다. 우리는 지금 평화로움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평화를 향한 간절함을 모르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사람들이 “식사 하셨습니까”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듯이 이라크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클 것이다.

예전에는 뉴스에서 총알이 퍼붓는 전쟁터로 달려가 스스로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다. 비록 그들처럼 평화를 부르짖으며 뛰어들 수 있는 용기는 없을지라도, “평화”라는 말을 들으면 한번쯤 가슴에 새겨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데일리 이명희 시민기자 heeya1980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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