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 쥐게 한 역사소설 영원한 제국
손에 땀 쥐게 한 역사소설 영원한 제국
  • 북데일리
  • 승인 2006.11.1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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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교 시절 배운 역사가 머리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수히도 많은 사람 이름, 연도, 사건들 때문일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과 사건들의 얽힘과 설킴의 사슬은 안 그래도 재미없는 이야기들을 더욱 골치아프게 할 뿐이다.

몇 해 전부터 역사 속에 인물을 주제로 한 역사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있다. <허준>을 비롯해서 <장금이> <해신> 등등.. 의 역사 속의 인물들이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온 것이다. 그 이유를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를 `허준`이나 `장금이`라는 인물이 일반인이었기 때문이란다. 왕을 중심으로 한 사극에서 일반 평민이 주인공이 된 사극, 이제는 역사의 초점이 왕이 아니라 일반인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표현을 했다.

조선 정조시기를 배경으로 한 픽션 역사소설인 <영원한 제국>은 역사소설의 첫 장을 열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 책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95년 안성기가 정조의 역으로 조재현이 주인공 이인몽의 역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었다.

<영원한 제국>의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 노론이니, 남인이니, 시파니 벽파니하는 어려운 부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내용을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국사책의 내용처럼 단순히 어렵고 머리 아프고 복잡하기만 했을까?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보고 잘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이야기를 차근히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 속으로 빠져있는 것이다. 그렇게 조선시대 정조 때의 하룻밤을 마치 자기가 그 속에 들어간 냥 빠져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힘이다. 우리가 픽션으로 치부해버리는 이야기가, 진실일지 거짓일지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가, 작가가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해대는 거짓말들 속에 우리는 홀딱 넘어가 버린다. 그렇게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읽고 나서 우리는 생각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이거 진짜 이야기일까?"

<영원한 제국>의 이야기는 정조가 암살되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정조가 죽었다는 것이고, 이 정조의 죽음에 일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정조의 암살설을 이야기했다. 이 전해져오는 가설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하룻밤의 이야기로 재구성 되었다. 아주 기묘하게 어우러진 여러 가지 장치들이 얽히고설켜 우리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시절, 이 이야기에 흥분한 독자 중에 하나였고, 대학에 들어가 역사를 전공으로 하면서 이 이야기는 수많은 가설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보게 된 이 책의 내용들은 진짜 같은 요소들인 정약용 같은 실제인물이나 가짜 같은 허구 인물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역시나 작가의 치밀함에 치를 떨며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는 나는 독자로 만족해야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20대의 부끄러운 과거로 기억된다는 이 작품은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증보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역사소설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다. 역사를 좋아하든 아니든 누가 그렇게 말했듯이, 소설은 소설로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이 속에 어떤 뜻이 들어있고, 어떤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읽고 내가 즐거웠다는 점이다.

손 떨리며 책장을 넘기던 내 10대의 마지막 시절이 기억되는 책 한권에 아직도 마음이 설렌다.

[북데일리 장하연 시민기자] xx2000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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