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6만개, 비결은 책과 사람 관심"
"게시글 6만개, 비결은 책과 사람 관심"
  • 북데일리
  • 승인 2006.08.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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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싸이월드 책클럽 운영자 오종혁씨

책은 매개체다. 독자와 세상, 독자와 작가, 독자와 독자가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작가는 책에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펼쳐내고, 이를 읽은 독자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같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연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커뮤니티가 많은 것은 이때문이다.

‘책이랑... 책으로 만나는 사람과 사람들...’(http://withbooks.cyworld.com)(이하 ‘책이랑’)은 이러한 책의 특성을 활용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책을 매개체로 사람들이 만나고,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운영자 오종혁씨의 말이다.

“독서는 나를 키워가는 행위”

책은 오씨 개인에게도 세상과 자신을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다. 전자책 서점 북토피아에 근무하는 그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책을 읽는다. 즐겨 읽는 분야는 에세이나 여행기. 작가 개인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적어내린 책을 통해 자신이 미처 겪지 못한 세상을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2005)를 꼽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오씨는 “안정된 삶을 버리고 떠난 여행에서 자신에게 감추어진 부분을 찾아낸 한비야씨의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독서를 “책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를 키워가는 행위”라고 정의한 오씨는 자신이 얻은 것을 회원들과 나누고자 게시판 ‘이달의 함책’을 만들었다. 이달의 함책은 ‘이달의 함께하는 책’의 줄임말. 한 달에 한 번씩 오씨가 읽은 책 중 2권을 선정해 책에 대한 느낌을 전한다. 게시판은 책을 읽은 회원들의 덧글이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 생기는 시간적, 물리적 제약을 보완한 이 게시판에 가장 애착이 간다는 오씨. 하지만 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않은지 1년 가까이 돼간다.

여러 번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책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오가는 현장의 ‘생생함’에 매료된 그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서 그치는 게시판의 한계에 회의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은 게시판이기에 이번 달부터는 다시 글을 올릴 생각이다.

“한 달에 2번씩 갖은 소모임이 2년째 지속”

사실 ‘책이랑’은 소모임이 굉장히 활성화된 클럽이다. 강남, 강북, 대구, 부산, 인천. 지역별로 나뉘어 운영되는 소모임이 5개. 회원 간의 단합이 잘되는 ‘부산 책사랑 모임’은 여름MT를 다녀왔고, 신생 소모임 ‘인천 알콩달콩 책사랑’ ‘대구경북 소모임’은 매달 독서 토론회를 개최하며 의욕에 차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강남 직장 독서토론 모임’도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

그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강북 책벌레 모임’은 오는 9월 1일, 모임 개설 2주년을 맞아 강사 초청 ‘독서 강연회’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중이다. 단발성으로 그치기 쉬운 동호회 소모임이 2년이란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책’이라는 공통된 주제덕분이다. 오씨는 “한 달에 두 번씩은 꼭 모임을 갖고, 그 회에 지정된 책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를 가진 것이 모임의 장수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씨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만남이라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오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독서만큼 노는 데도 열심”이라고 귀띔했다. 2004년 초 ‘책이랑’이 싸이월드 베스트 클럽으로 선정되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진 정기모임. 처음 30분간은 ‘뻘쭘’해 하던 사람들이 책에 대한 이야기로 물고를 트더니, 결국 술자리가 5,6차로 이어져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오씨는 다시 떠올려도 즐거운 듯 “이 날의 모임이 클럽을 운영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회원 수 6만 여명, 게시글 6만 8백여 개의 비결은 관심”

‘책이랑’은 회원수 6만 여명, 게시글 6만 8백여개에 육박하는 대형클럽이다. 싸이월드의 책 관련 클럽 중에서 단연 최고의 규모.

오씨가 밝힌 클럽의 운영 노하우는 ‘관심’이다. 그는 “사람들이 클럽을 찾는 목적은 재미, 정보 등 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해서”라며 “다양한 컨텐츠로 회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이랑`은 ‘가나다놀이’ ‘창작의고통’ ‘영화와음악’ 등 게시판 이름에서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가나다놀이’는 가나다순으로 시작한 문장을 이어나가는 놀이. 월드컵 시즌에 유행한 ‘축구’를 주제로 한 놀이를 예로 들면, 누군가 ‘[가]자 16강으로~!’라고 올리면 다른 회원이 ‘[나]도 같이 가자~ 8강으로!’ … ‘[사]대 영으로 이겨라’라는 답글을 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글을 쓰는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게시판이다.

‘창작의 고통’은 책에 대한 관심이 ‘글쓰기’로 옮겨간 아마추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 한 회원이 소설을 올리면 그 이후의 스토리를 다른 회원이 작성하는 ‘릴레이 소설’에서 출발, 개인이 직접 쓴 단편 소설을 올리는 게시판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공간들은 오씨와 운영진의 산고 끝에 나온 것. “어떻게 하면 클럽에서 책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재미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사람들이 책 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클럽”

클럽 운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씨는 클럽에 들어가 게시판에 쌓인 광고글을 지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하나의 글을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 어제 아침에도 성적 비하가 담긴 게시물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받고, 글을 읽어보니 자신이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난감했다고.

하지만 ‘책이랑’을 “사람들이 책 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이러한 문제쯤은 감수해야 한다.

오씨는 "소모임과 게시판을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부분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책’이라는 근본적인 매개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평 게시판도 분야별로 구분해 전문성을 더하고, 회원들끼리 책을 돌려보는 ‘북크로싱’도 진행할 예정이다.

오씨는 또 “출판사와의 이벤트, 작가와의 온라인 대화도 고려중”이라며 “‘책사랑’이 책을 생산하는 집단과 소비하는 집단의 ‘교차점’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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