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상쾌, 통쾌 터키發 `풍자통신`
유쾌, 상쾌, 통쾌 터키發 `풍자통신`
  • 북데일리
  • 승인 2006.07.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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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한국은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칭한다.

인연은 한국전쟁 때 시작됐다. 터키는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만4천여명의 군인을 보내 남한을 도왔다.

두 나라의 우정은 2002 한일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도 뜨겁게 나타났다. 5천여 명의 관중은 태극기와 터키국기를 함께 흔들며 두 나라를 동시에 응원했다. 경기를 마친 터키와 한국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관중에 보운의 인사를 하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축구를 통해 한걸음 다가선 터키가 이번에는 문학을 통해 손을 내밀었다.

<생사불명 야샤르>(2006. 푸른숲)는 터키의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1915~1995. 그림)의 대표작이다. 터키에서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완전히 아지즈 네신의 소설이군`이라는 관용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책은 동사무소 직원의 어이없는 실수로 호적에 전사자로 기록된 ‘야샤르’의 이야기다. 그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인생의 대부분을 어려운 처지에서 살고, 항상 불이익을 당하다가 결국에는 공무원에게 대들며 정부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형님들, 제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학교에 가려고 할 때는 ‘넌 죽었어’라고 하더니 군에 입대할 때가 되니 ‘넌 살아있어’라고 했어요. 아버지 빚을 갚으라고 할 때는 ‘넌 살아있어’라고 하더니 유산을 상속받을 때가 되면 ‘넌 죽었어’라고 하네요. 그리고 정신병원에 처넣을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하네요"

걸쭉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황당무계한 사건들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웃음 뒤에 숨겨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씁쓸함을 남긴다.

저자는 “풍자는 세계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자신의 풍자관을 밝힌 바 있다. 사회의 병폐를 비웃음으로써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그의 주장은 일견 모순돼 보이지만 풍자가 지닌 일깨움의 기능을 상기하면 이내 수긍할 수 있다.

아시아 끝과 끝에 있는 나라, 한국과 터키. 양 극단처럼 먼 지리적 거리를 가로질러 넘어 온 <생사불멸 야샤르>는 한국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터키사회에 대한 유쾌, 상쾌, 통쾌한 풍자로 두 나라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데 일조하는 작품이다.

(사진= KBS 제공)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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