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업 백서] 가족경영 공고한 오뚜기,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해외 실적은 글쎄
[WP 기업 백서] 가족경영 공고한 오뚜기,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해외 실적은 글쎄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4.03.21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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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대 실적... 해외 사업 타사 대비 낮아
가족경영 공고한 오뚜기
오뚜기 CI (사진=오뚜기)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K라면 열풍에 라면업계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다. 가족경영이 공고한 오뚜기도 지난해 영업이익 2548억9384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7.3% 증가했고 매출액은 3조4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었다. 별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은 1597억원, 매출액 2조8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4.1%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과제는 여전하다.

■ 지난해 최대 실적... 해외 사업 타사 대비 턱없이 낮아

오뚜기는 농심, 삼양과 함께 ‘라면 빅3’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쟁사인 농심은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렸다. 농심의 주력 제품인 신라면은 지난해 해외 매출액이 7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신라면 해외 비중도 60%에 달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매출 8000억을 돌파하며 5년 연속 해외 매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8093억원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68%로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오뚜기의 해외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고 이 중 라면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오뚜기의 국내 위상이 공고해 보여도 경쟁사들이 K라면 수출을 이끌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다지고 있어 ‘갓뚜기’였던 오뚜기의 브랜드 인지도도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브랜드 점유율 TOP 10에서 오뚜기 제품은 진짬뽕(당시10위) 한 제품 뿐이었다. 이와 달리 농심은 신라면, 짜파게티 육개장 등 총 5개가 순위에 들었고 삼양식품은 불닭복음면, 삼양라면이 올랐다. 심지어 팔도의 왕뚜껑과 팔도비빔면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주력 제품인 진라면이 농심 짜파게티에 밀려 3위로 하락한 점도 경쟁에 밀리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 짜파게티 매출은 2131억원으로 진라면의 매출 2029억원을 추월했다.

업계 관계자도 “고물가 원재료비 상승 등 악조건 여파는 여전한 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 차원의 가격 인하 요청 등 대내외적으로 내수시장 성장 한계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며, “국내시장 포화와 외식산업 시장이 빠르게 변화고 있는 업태를 생각하면 해외 사업 판로 모색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 가족경영 공고한 오뚜기 해외사업에도 혈연 배치, 지배구조 개편도 일단락

오뚜기는 대표적인 가족경영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해외시장을 정비하며 사돈을 영입했다. 지난해 11월 오뚜기 오너가 3세 함연지씨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에 선임했다. 그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도 읽히지만, 일각에서는 가족경영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함연지씨의 오빠인 함윤식씨는 2021년 오뚜기에 입사해 일하고 있으며, 함연지씨의 배우자인 김재우씨는 오뚜기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휴직 중이다. 당시 오뚜기는 “전문적인 분석과 전략 수립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김 부사장이 오뚜기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추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뚜기는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선친의 조흥화학공업에서 식품부를 들고나와 1969년 풍림상사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1969년 오뚜기 카레를 처음 내놨고 이후 스프, 케챂, 마요네스, 식초를 연이어 출시하며 식품회사로 자리잡았다. 1973년 오뚜기 식품공업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 1980년에 오뚜기식품(주)로 1994년엔 주식회사오뚜기로 상호를 변경하며 지금의 이름이 됐다. 1999년 장남인 함영준 회장이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되며 2세 경영체제를 열었다.

오뚜기의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2016년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부터다. 부친이 별세하며 함 회장은 주식 46만 5543주를 물려받으며 1500억원 가량의 상속세도 함께 부과받았다. 현재는 모두 납부한 상태다. 함 회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 과정에서 함 회장 소유 회사인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앞서 2017년부터 오뚜기에스에프·상미식품·풍림피앤피의 물적분할과 2018년 상미식품지주·풍림피엔피지주 흡수합병, 2021년 오뚜기라면 물적분할, 이후 오뚜기라면지주,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 흡수합병을 완료하며 일감몰아주기 이슈와 함께 5년여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까지 일단락했다. 현재 오뚜기그룹은 오뚜기를 사업 지주회사로 두고 오뚜기라면,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 냉동식품, 오뚜기에스에프, 조흥 등을 계열사로 두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며 3세 경영 길까지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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