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2023 식품·유통결산] 찬바람 부는 유통업계 쿠팡의 독주· K푸드 열풍 속 라면 수출액 1조원
[WP 2023 식품·유통결산] 찬바람 부는 유통업계 쿠팡의 독주· K푸드 열풍 속 라면 수출액 1조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3.12.2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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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적자 벗어난 쿠팡의 독주
롯데·신세계·현대 유통 채널 성장 둔화
정부 가격 압박 속 식품업계 제품가격 인상·철회
쿠팡 김범석 의장 (사진=쿠팡)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올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은 분야를 막론하고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찬바람 부는 유통업계는 쿠팡을 제외하고 고물가 속 소비 감소를 감당해야 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넘겨주며 성장 둔화가 이어졌다. 이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은 2024년 임원인사에서 핵심 계열사 수장을 대거 교체했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원재료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의 상승에도 제품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어 제품 용량을 소비자 몰래 줄였다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이고 식품첨가물 이슈로 연타를 맞았다. 잇단 논란에도 K푸드 열풍은 라면 수출액 1조원이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 만년 적자 벗어난 쿠팡의 독주

쿠팡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치고 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쿠팡 매출은 이마트 매출 14조 4000억원을 넘어선 15조3749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 매출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61억8355만달러(약 8조1028억원)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1% 늘어난 8748만달러(1146억원·분기 평균환율 1310.39원 적용)로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쿠팡 창업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도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등 핵심 비즈니스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와 성장사업 분야의 성장세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올해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에 성공하며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우리의 활성 고객은 이제 2000만 명이고 여전히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한 자릿수”라며,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 등을 통해 상품 확대로 고객 수와 고객의 지출액 측면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부했다.

 

신세계, 현대, 롯대백화점 (사진=각사)

■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유통 채널 성장 둔화... 계열사 대표 최대 40% 교체

한때 보복소비로 특수를 누렸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엔데믹 이후 소비 침체 타격을 입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주요 25개 유통업체의 매출이 지난해 동월 대비 6.4% 증가한 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업체 매출은 0.5% 증가한 데 반해 온라인 업체 매출은 12.6% 늘어났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도 각각 4.1%, 2.6%씩 떨어지는 등 성장 둔화가 두드러졌다.

백화점의 경우 롯데·신세계·현대 유통 3사 모두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각각 1.3%, 1.9% 3.2%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6.7%, 16.1%, 16.9%로 모두 하락했다. 이에 유통3사는 2024년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대표를 최대 40% 교체하는 등 강도 높은 쇄신을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책임자) 총 14명을 교체했다. 나영호 롯데온(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 대표가 사임하고 박익진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말 대표이사의 약 40%를 바꿨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는 고문으로 보직을 이동하며,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그 자릴 대신 했다. 손영식 신세계 백화점 대표가 물러나고 후임으로 박주형 신세계 센트럴시티 대표가 선임됐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선임했다며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수장을 바꿨다. 백화점 대표에는 정지영 현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이, 홈쇼핑 대표에는 한광영 현 영업본부장이 낙점됐다.

 

마트 라면 매대 (사진=연합)

■ K-푸드 열풍 라면 수출액 1조원

K-푸드 열풍이 이어지며 올해 라면 수출액 1조원을 달성하는 등 식품업계는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6611만달러) 37.3% 증가한 9077만달러(1180억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로 연간 최대 기록도 달성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농심의 신라면이 K-라면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의 올해 1~3분기 누적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한 5876억원이다. 3분기 해외 매출은 2398억원으로 삼양식품 매출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1분기 밀양 2공장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농심의 경우 해외 공장에서 직접 라면을 생산·판매하는 비중이 수출보다 크다. 실제 지난 2021년 기준 신라면 해외 매출은 국내를 넘어섰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설립에 이어 2025년에는 제3공장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 정부 물가안정 압박 속 식품업계 제품가격 인상·철회

식품업계는 지난해부터 원재료,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올해 초 음료부분 가격 상승을 시작으로 빙과, 주류까지 가격 상승 소식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 제동에 나서면서 식품업계를 비롯해 주류업계까지 가격 인상을 보류·철회했다.

지난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으니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이후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은 라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롯데웰푸드와 해테제과 등 제과부문도 일부 제품가격을 내리며 물가안정에 동참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 풀무원 등은 일부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을 발표했지만, 인상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계도 국세청이 지난 17일 국산 증류주의 세금부과 기준을 경감 해주는 ‘기준판매비율’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식품업계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인상 자제만으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지나친 통제 이후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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