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회화작가 이관우 대만 진출
도장회화작가 이관우 대만 진출
  • 박경화
  • 승인 2023.09.26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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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 18일 중정기념당서 전시
앤디워폴, 카우스도 전시했던 공간
이관우 작가 작품.
이관우 작가 작품.

[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북동쪽 청계산 자락 주암동. 1980년만해도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개발시대에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옛모습이 그대로 간직됐던 곳이다. 2000년대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지금은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흔적없이 사라진 고향풍경과 이웃들의 모습을 가슴에 품고 창작의 정서적 에너지로 삼고 있는 작가가 있다. 캔버스에 물감과 붓대신 수많은 도장을 화판에 붙여 작품을 만드는 이관우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마을개발이 한창이던 때 폐가에 버려진 도장이 내게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생각해 보니 떠나고 없는 이웃들의 존재의 흔적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6대째 살아온 고향마을에 남아 수천 수만개의 도장으로 자신의 내면을 짜깁기하고 있다. 도장회화로 이름을 알린 그의 개인전 ‘응집(Condensation)’이 10월 4일부터 18일까지 15일간 대만 중정기념당에서 열린다. 중화민국의 초대 총통이었던 장제스를 기념해 1980년에 문을 연 기념관으로 그동안 앤디워홀을 비롯해 아트토이계의 유명작가 카우스 등의 전시회가 열렸던 곳이다.

이관우 작가 작품.
이관우 작가 작품.
이관우 작가 작품.
이관우 작가 작품.

이관우 작가는 도장 (전각)을 집적해 화판을 가꿔간다. 반복에 의한 리듬의 조형언어다. 집적(集積)되면 에너지가 느껴진다. 큰 틀에서 보면 마르셀 뒤샹 이후의 오브제미학에 토대를 두고 있다. 화면에 일정한 중심을 설정하지 않고 전체를 균질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선 전형적인 전면회화 양식이기도 하다. 단순한 구성에서 왠지 장엄함과 숭고함이 느껴진다. 집적의 미학이라 하겠다.

“내게 도장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내밀한 정서의 통로가 돼주고 있다.”

그는 도장이라는 정서적 문을 통해 창작을 이끌어 낸다.

그의 초기작업들은 진짜 막도장을 수집하여 제작한 것들이다. 최근 작업들은 작가가 손수 도장을 파거나 전문 전각가들의 작품을 레진캐스팅해 시용한다. 다양한 색까지 입혀지면서 작품에 맛을 더하고 있다.

이관우 작가에게 도장은 작품의 한 부분일 뿐이다. 나무와 숲이 그렇듯이. 천개의 도장은 자비로운 부처의 두상이 되기도 하고 어렴풋한 금색의 추상얼굴을 하기도 한다. 혹은 적어도 우리의 시각에서 어떤 구성도 이루지 않고, 그저 평화로운 혼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개개의 도장은 삶의 바다에서, 혹은 허공 안에서 개인을 잃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21세기는 서양에서조차 개인주의적인 삶의 방식을 보다 첨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소위 ‘셀카’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관우 작가는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보다 큰 것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모든 것과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응집’에서 하나와 전체는 상호의존적이며, 서로를 완성한다. 위기의 시대 지구인의 자세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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