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후보군 육성 다수 프로그램 운영 중
3인 부회장 체제 개편도 책임경영 강화 일환
[편집자 주]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화두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마다 불거지는 '관치 대(對) 내치'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올해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CEO 등 임원선임과 관련된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보고 했다.
실제 이번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돌아온 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교체됐다. '내치'를 막았지만 '관치' 논란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도 6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각 이사회의 구성·운영 현황 등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현 주소를 점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 방향 등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그룹 차원에서 경영승계 계획이라는 경영상의 중대 사안에 관심을 두고 관련 체계를 정비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 무렵부터로 보인다. 또한 현재 하나금융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건전한 지배구조 구현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미국과는 다른 국내 금융경영 환경
24일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등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규정과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 계획 관련 규정을 처음 제정한 시기는 각각 2011년 2월, 2015년 2월이었다.
회추위 구성을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하고, 회장은 연임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위원이 될 수 있다고 개정한 때는 2017년 12월, 경영승계 계획 규정 내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것은 2018년 4월이었다.
2015년 5월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CEO 승계 계획을 보는 시각의 전환'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2페이지 분량으로 길지는 않지만, 당시 경영승계 계획 관련 국내외 금융경영 환경을 압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CEO(최고경영자) 승계 계획을 '통상적 경영사안'에서 '중대한 경영상의 리스크'로 재정의했고, CEO 승계 계획 마련을 이사회의 주요 책무로 규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건 등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이사회 주도의 CEO 승계 계획 체제를 잇따라 도입한 것은 CEO 승계 관련 홍역을 치렀던 리먼사태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였다.
또한 미국 주요 은행의 이사회는 CEO 승계 계획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후보자 양성 계획 등에도 개입하며, 씨티그룹 등에서는 CEO의 보상과 승계 계획 수행 결과를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금융업은 CEO 교체 때마다 승계 계획 부재 및 외부 압력 의혹 등이 (중대한 경영상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의 상시적 승계 체계를 구축해 CEO 교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시사점이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권 인사 관련 '관치' 질의에 "취임이 되면 사실상 정년 등 나이가 유일한 제한이라는 식의 말이 나올 정도로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제왕적 회장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본질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의 독립성 및 경영승계 체계의 공정성, 투명성, 합리적 실천, 책임경영 강화 등을 강조하는 뜻이겠지만 재임 기간이라는 결과만으로 '제왕적 회장 제도'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금감원이 글로벌 금융그룹의 경영승계 체계의 좋은 예시로 언급한 마이클 코뱃 전 미국 씨티그룹 CEO도 2012년 10월~2021년 2월까지 약 9년 가까이 재임했다.
미국 현황의 경우에도 미국은 행정부가 3~4차례 교체되는 동안 일부 주요 은행 CEO는 여전히 '제왕적' 자리를 지키고 있다.
BoA는 40년간 BoA에서 근무한 켄 루이스(CEO 임기 2001~2009년) 뒤를 이어 브라이언 모이니핸(1959년생) CEO가 2010년 1월부터 2023년 2월 현재까지 약 13년간 재임 중이다. 제이미 다이먼(1956년생)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2005년 12월부터 2023년 2월 현재까지 약 18년간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 3인 부회장 체제 개편, 책임경영 강화
금융권에서 하나금융은 지난 몇 년간 사실상 대내외에 표명되는 준비된 후계 구도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년 3월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앞서 2016년부터 부회장으로도 선임돼 2022년 3월 취임 전까지 부회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또한 함 회장은 지난해 말 부회장직 2개를 신설하는 등 취임 이후 첫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금융 혁신, 글로벌 위상 제고, 본업 경쟁력 강화 등 새로운 그룹 전략에 따라 3인 부회장 체제로 개편,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회추위가 회장 경영승계 계획 수립 및 회장 후보군 관리·자격요건 충족 여부 검증 등 심의를 담당하고 이를 연 1회 이상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는 등 매년 경영승계 계획을 승인하도록 한다. 연 1회 이상의 경영계획 수립 등 기준은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의 현행 체계와 유사하다.
■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 상시 운영 중
2021년 7월 기준 하나금융의 회장 후보군은 내부 9명, 외부 5명 등 총 14명이었다. 같은 해 KB금융(내부 11명·외부 10명 등 총 21명), 신한금융(내부 8명), 우리금융(내부 24명), NH농협금융(내부 20명) 등이었다.
내부 후보군을 한 자릿수 안팎에서 육성 중인 KB 신한 하나금융 정도가 경영승계 계획 운영의 효율성은 물론 실효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해석된다.
하나금융은 회장 후보군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나 인재상' 및 '하나리더십파이브라인'에 따른 단계적이며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리더십과 금융역량을 갖춘 미래의 경영자로 육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최고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은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의사결정 경험 부여를 위한 '전략과제 수행' ▲국내 유수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 참가를 통한 '최고경영자 프로그램' ▲지주 이사회와의 교류 및 '리더십 역량 다면진단 및 피드백'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하나금융은 ▲외부 석학,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과 교류가 진행되는 '탑 매니지먼트 프로그램' ▲글로벌 리더 육성을 위한 '글로벌 임원 프로그램' ▲자기주도적 리더십 개발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코칭 프로그램' 등을 두고 회장 후보군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