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추천 경로와 평가 주체는 엄격히 분리해
주주추천 활성화 노력도…노조도 6년 연속 추천
[편집자 주]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화두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마다 불거지는 '관치 대(對) 내치'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올해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CEO 등 임원선임과 관련된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보고 했다.
실제 이번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돌아온 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교체됐다. '내치'를 막았지만 '관치' 논란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도 6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각 이사회의 구성·운영 현황 등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현 주소를 점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 방향 등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KB금융은 이사회 구성의 핵심인 사외이사(현 비중 77.7%)의 선임 등과 관련한 직무수행 권한(역할과 책임)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위임하고 있다. 사외이사진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무지원·정보제공 등 지원체계를 확립함은 물론 사외이사 후보군의 구성과 평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체를 각각 분리·운영하는 특징도 드러난다.
■ 이사 구성·운영의 단단한 기본규정
8일 KB금융지주의 '2021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등에 따르면 KB금융은 회사의 법인 정관(소관부서 준법지원부) 외 이사회규정·지배구조내부규범·각 소위원회규정(소관부서 이사회사무국) 순으로 이사회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사회규정에서 사외이사는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주회사 및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경영이 적법하고 건전하게 이뤄지도록 경영진의 업무집행을 감독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는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임직원이나 외부전문인력의 지원 또는 자문을 받을 수 있으며, 회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에 소요된 경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기준은 법령에서 정한 자격요건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후보 자격요건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음 등을 검증하는 것 외에도, KB금융 이사로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직무 공정성, 윤리성·책임성, 충실성 등 4개 항목에서 적극적 자격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 주주총회에 올린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의 주요 권한은 ▲사외이사 선임 원칙의 수립·점검·보완, ▲사추위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사외이사 후보군을 금융업, 회계, 재무, 법률/규제, 리스크관리, HR, IT, 소비자보호 등 전문분야별로 구분해 상시 관리·검증(연 2회 이사회 보고) 등을 심의·의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KB금융은 사추위를 4인 이내의 사외이사로 구성한다고 규정해 경영진 참여를 배제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동의로 결의되며 사추위원은 본인 스스로를 사외이사로 추천하지 못한다. 본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이사회 등의 결의에 관해 결의권도 행사할 수 없으며, 이 경우 당사자를 제외한 재적위원 과반수의 동의로 결의한다. 따라서 사외이사의 '셀프 연임' 투표가 불가하다.
또한 매년 각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내부 인력에 의한 내부 평가와 이사회 구성원 간 동료 평가를 익년도 초에 진행하고 있으며, 평가결과는 사외이사의 연임 결정 시 참고자료로 활용되도록 한다. 평가기준은 이사회 내 위원회 및 기타 회의 출석률과 등을 참고한 정성평가 및 충실성, 전문성, 리더십, 기여도 등 4개 영역에서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사외이사 활동지원 및 정보제공 등 각종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이사회사무국이 매 회의마다 의사록을 작성해 회의내용을 기록·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록에는 의사의 안건, 경과요령, 그 결과,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이유를 기재하고 출석한 이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며, 이사회 종료일부터 14일 내에 작성해 모든 이사에게 발송해야 한다 등의 규정도 두고 있다. 이사회 소집 시엔 이사회의 회의자료를 각 이사에게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021년 연간 기준 KB금융 이사회사무국은 사외이사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이사회 13회, 감사위원회 11회, 리스크관리위원회 10회, 평가보상위원회 6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8회,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6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8회, ESG위원회 3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1회, 이사회 워크숍 2회, 사전설명회, 간담회 등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외이사는 개별적으로 매년 선출
KB금융은 사외이사를 임기 만료 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개별적으로 선출하고 있다. 사추위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도 각 1년이며, 2023년 2월 현재 KB금융 사추위는 최명희 전 한국외환은행 감사(사추위원장), 선우석호 전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이사회 의장), 정구환 법무법인 남부제일 대표 변호사(회장후보추천위원장), 김경호 전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감사위원장)로 구성됐다.
사추위가 신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경우는 3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사외이사풀에서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압축하고, 사추위 소속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외부 인선자문위원들로부터 후보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사추위가 후보군을 추린 뒤, 다시 후보군 대상 외부기관의 평판조회를 거친다. 이후 자체 논의·의결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중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경우는 "중임을 희망한 사외이사에 대해서" 선임 절차를 실시한다. 일례로 작년 중임 희망 사외이사 후보 6인(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에 대한 중임 동의 투표 및 사외이사 동료평가 결과를 확인한 후 이들 사외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추천 경로는 외부기관·주주·이해관계자 등이며, 사추위는 사외이사 자질과 능력에 대해 심의해 후보군 포함 여부를 결정한다. 사외이사 후보군은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전문성 유지를 위해 이사회 역량 구성표(Board skills matrix)에 부합하도록 구성하고 적정규모로 관리해야 한다. KB금융의 상시 관리 사외이사풀은 2021년 말 7개 전문분야에서 총 107명 규모였다.
■ 주주 이해 대변 선도…당국은 '간여' 예정
KB금융이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주주친화 정책 일환에서 자율적으로 도입한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제도' 및 운영 현황도 주목할 만 하다.
이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한 주주 누구나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제도며, KB금융 사추위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주요 기관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등에 해당 제도를 안내하고 추천을 요청하는 레터를 매년 발송하고 있다. 또 KB금융은 관련 사항은 회사 홈페이지에 상시적으로 공시한다.
현 KB금융 사외이사진 중에선 최명희 이사(사추위원장)가 선임 당시 APG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의 주주추천을 받은 인사다. KB금융 노조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2017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중이며,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안은 지난 5년간 정기주총에 5번 연속 전부 부결됐다.
올해도 KB금융 노조는 다음 달 주총을 앞두고 지난달 30일에 자신들이 정한 사외이사 후보(임경종 수은 전 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전달한 상태다. 특히 이번에는 KB금융 노조가 KB금융의 정관에서 대표이사 선임 규정에 '낙하산 인사 방지' 조항을 신설하는 주주제안도 요구한 점도 이목을 끄는 중이다.
아울러 KB금융 사외이사 선임의 핵심원칙은 주주 대표성·전문성·다양성으로 요약된다. 선출된 각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는 2년으로 하고, 각 사외이사 중임 여부는 첫 임기를 마치면 1년마다 재선임하는 체계로 운영한다. 사외이사 임기는 2년 이내로 하되 연임 시 임기는 1년 이내로 하며, 5년을 초과해 재임할 수 없다.
현재 KB금융은 다음 달(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가 사추위원 4인 전원과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오규택 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ESG위원회 위원장) 등 현재 총 7명 중 6명(85%)이다. 이 중 김경호·권선주·오규택 이사는 각각 2019년 3월, 2020년 3월, 2019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2018년 3월부터 재임 중인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이사는 교체가 확정(43%)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사외이사가) 경영진과의 친소 관계로 이사회에 장기 잔류하는 것은 문제"라며 금융지주, 은행 이사회와 연 1회 이상의 정기면담을 갖겠다는 등의 올해 업무계획을 밝혔다. 또한 CEO(최고경영자)와 친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를 차지하지 않도록 고강도 이사회 평가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마침 KB금융을 포함한 주요 금융지주는 사외이사의 70~100% 내외가 다음 달 임기를 마친다. 금융권에선 이번에 교체될 금융지주 사외이사 자리에 관료 출신 등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편 KB금융 이사회규정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재임중 뿐만 아니라 퇴임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회사의 영업상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되며, 사외이사는 취임 시 회사경영진 및 지배주주와 관련해 직무수행의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히는 확인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