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한 방 먹인 하이브, SM 주인 승부끝?
카카오 한 방 먹인 하이브, SM 주인 승부끝?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2.10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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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지분 사들인 방시혁 등판에
에스엠 경영진 연합 순식간에 비세
얼라인 공개매수가·규모 인상 요구
연합 대 연합의 '돈 싸움' 확전 촉각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BTS와 뉴진스·르세라핌 등을 앞세워 K팝 글로벌 팬덤을 이끌고 있는 하이브가 전통의 K팝 아티스트를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창업주의 지분을 인수하고 1대 주주로 올라섰다. 물밑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보유한 카카오가 SM엔터 경영진과 손을 잡자 이에 반발한 이수만 전 총괄이 하이브와 손잡고 참전해 순식간에 판세를 뒤집은 형국이다. 다만, 이번 인수전이 종국까지 경영권을 놓고 '쩐의 전쟁'이 펼쳐질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돼 당분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메이데이에…하이브 등판

10일 하이브의 SM엔터 1대주주 등극은 시장을 달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이하 SM엔터)은 전일대비 16.45% 폭등한 11만4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장이래 최고가다. 외국인(356억원)과 개인(65억원)에 기관 중에서는 증권사인 금융투자(471억원)가 SM엔터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가 급등을 견인했다. 반면 에스엠 우군으로 인수에 참전한 하이브는 전날보다 1.51% 하락한 19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가 21만8500원보다는 -10.62% 밀려난 주가다. 오전장 내내 SM엔터와 동반 강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주가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는 '반전'을 썼다. 다만 SM 대주주-하이브 연합군에 대반격을 맞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카카오(-4.65%)보다는 낙폭이 덜 했다.  

하이브는 대주주(이수만 SM엔터 전 총괄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총 4228억원 규모로 인수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전액현금으로 다음 달 6일 취득한다. 하이브는 지분 인수 목적을 "양사 글로벌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다음 달 1일까지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도 동일한 가격인 주당 12만원에 7100억원 규모로 공개매수해 25%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이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방시혁 의장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올해 초 선포한 '휴머니티 앤드 서스테이너빌리티' 캠페인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며 "당시 갑자기 '일련의 사태'로 칩거하며 고심 중이던 이수만에게 지속 가능한 K팝의 영향력 활용을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는 유상증자 이후 확보하게 되는 SM엔터 지분율은 2대주주 수준의 9.05%로 예정돼있다. 지분인수 총액은 2171억5200만원 규모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1조1540억원 규모의 잔금이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아, 카카오 본사가 직접 참여한 형태다. 또 SM엔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문은 SM엔터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센터장 이상 상위 직책자 25인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아직 카카오 앞 유상증자 실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경쟁사 하이브에 넘긴 것은 경영권 분쟁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얘기다. 원래 SM엔터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의 보유 지분율은 18.46%였다. SM엔터 경영진 등 이사회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약 1119억원 상당 신주와 1052억원 상당 전환사채를 다음 달 6일 발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신주배정은 무효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만 전 총괄은 SM이사회(+경영진)-카카오-얼라인 연합이 쏘아올린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자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신주 발행은 이사회의 위법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수만-하이브 연합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현재 에스엠 최대주주 이수만이 이사회-카카오-얼라인 연합과의 지분 경쟁을 위해 우군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라며 "당사에서는 기업결합을 위한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지분 한도가 15%인 만큼, 당장은 14.8%까지만 인수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한 "현재 이수만 지분은 카카오 지분 희석 고려 시 16.8%로 금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수만 지분 2%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나, 해당 지분의 경우 종국에는 하이브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라며 "이후 25%에 대해 약 30%의 프리미엄을 부여해 공개매수에 돌입한다면, 하이브의 최종 지분은 40%로 에스엠에 대해 온전하고 유의미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통합…끝났나 안 끝났나 

일단 하이브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가에선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나온다. 이날 하이브 공시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가 타개책을 찾아 나섰다. 얼라인은 10일 보도자료에서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은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시 기대되는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여력 그리고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업사이드 감안시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SM 3.0'은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가 지난 3일 발표한 새로운 프로듀싱 체계다. 5개의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과 이수만 전 총괄의 퇴진과 배제를 골자로 한다. 

얼라인은 하이브가 25%로 제시한 공개매수의 규모도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하이브의 SM 지분 인수 목적에 대해 "이사회 장악/경영권 확보가 목적이므로 25% 지분이 아니라 일반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전체에 대해서 공개매수 해야 한다"며 "하이브는 SM과 동일하게 엔터테인먼트 업을 영위하고 있어, 추후 하이브와 SM간에 다양한 사업적 교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하이브가 SM의 지분 100%를 보유하지 않게 되면 하이브가 SM의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가운데 SM의 일반주주와 하이브 주주들 간에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발생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여기까지는 간단한 기본 입장이며, 자세한 입장은 추후 발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기대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하이브가 SM엔터 지분을 여전히 '헐값'에 사들인다는 지적으로도 해석되는 지점이다. 하이브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약 903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SM엔터 주당 12만원 기준으로는 인수총액 약 1조1000억원 규모에 해결되지만, 소액주주 움직임에 따라 자금조달 부담 증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가처분 신청 인용 시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서 '쩐의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SM엔터는 소액주주의 지분율 추정치는 60%를 넘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지분이 50%를 넘겨 독점주주가 되는 조건은 아니어서 지금 하이브 입장에서는 그냥 게임에 참여하는 권리, 원동력을 확보한 정도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세게 매길 수 있는 상황인지는 의문"이라며 "개인주주들은 그때그때 상황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예전에 한진칼처럼 계속 잡음이 나올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매수가 남아 이제부터가 돈 싸움 아닌가 한다"며 "지는 쪽은 앞으로 힘들어진다고 보고 아마 둘 다 죽을 각오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카카오 측이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M엔터 지분 인수에 대해 "각 사의 강점인 플랫폼과 IP 역량을 합쳐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며 "양사가 공동으로 K팝 아티스트를 데뷔시킬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SM 3.0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SM 현 경영진이 얼라인·카카오와 손을 잡고 주총에서 소액주주를 설득해 표 대결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와 SM이사회 모두 그간 소액주주를 결집시켰던 SM엔터의 지배구조 개선을 담보로 내세우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SM엔터는 지난달 15일 "투자자 및 행동주의 펀드에 비판을 받아온 기업 지배구조 전면 개편에 나선다"며 "글로벌 컨텐츠 기업에 걸맞는 글로벌 상위 수준의 기업 지배구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도 "특정 주주나 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이브는 이날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수만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하이브가) 이미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춘 것은 물론, 멀티 레이블 전략 운영과 팬덤 플랫폼 개발 등 업계 선진화를 주도한 만큼 SM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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