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기회 언급한 금융지주 회장들 "내실성장·M&A"
위기·기회 언급한 금융지주 회장들 "내실성장·M&A"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1.02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묘년 신년사, 철저한 리스크 관리 최우선
'비은행·디지털·글로벌' 변화·혁신·도약
다르지만 유사한 뜻의 고사성어도 전해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 회장들이 새해 시작을 맞아 일제히 경영환경을 '위기' 상태로 진단, 철저한 리스크(위험)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동시에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언급됐다. 자본시장·자산운용·글로별 경쟁력 강화, M&A(인수합병) 등이 올해의 전략적 키워드로 제시됐다. 

■ 5대 금융 회장들 일제히 위기 경계   

2일 KB·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일제히 올해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진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글로벌 경제는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 글로벌 경제 위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국내 경기도 이러한 영향으로 실질 구매력 저하와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더욱 험난한 환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글로벌 위기의 폭풍이 거세고, 3고 현상이 불러온 저성장 앞에 우리 사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강대국의 패권경쟁 격화, 글로벌시장의 자국우선주의에 따른 공급망 교란"을 언급하며 "업의 본질적인 위기라 할 수 있는 각종 지표와 시장의 변동성 확대, 인플레이션의 심화와 경기침체 전망에서 파생된 건전성과 유동성 이슈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짚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올해도, 전세계적으로 시장 환경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엔 3고 현상이 완화되며 희망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로벌 최고 금융회사 CEO들이 한 목소리로 걱정하는 'R(Recession·리세션)의 공포'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도 이날 취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경영환경과 관련해 "올해 많이 어려울 것 같다.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 정신으로 적극 개척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5대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사진=연합뉴스)

■ 내실성장·M&A 큰 장 가능성도 시사    

이러한 불안감과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그룹 회장들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한편, 올해 중점 방향으로 '당장의 이익보다는 내실을 다지자'며 내실성장을 강조하는 기조도 드러났다.

동시에 자본시장·자산운용·글로별 경쟁력 강화·부동산, 모빌리티, 통신, 헬스케어 등 생활금융 영역에서의 디지털 혁신 등에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휴·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윤종규 회장은 자산운용 역량 강화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자본시장과 자산운용 부문에서의 전방위적 체질개선을 통해 그룹의 투자·운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금융상품 ‘중개·판매’에서 ‘자산관리·운용’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자산운용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DATA(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금융을 제공하고, 자본시장과 글로벌 경쟁력 또한 세계적인 금융사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ESG와 디지털 영역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신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가치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우리금융 회장은 구체적으로 M&A를 언급하며 이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구상도 시사했다.

함영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M&A 단어를 두 차례 언급했다. 그는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사업 부문 역시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를 반영해 단순히 투자 유망지역이 아닌, 지역별, 업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M&A와 디지털 금융을 통해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태승 회장도 올해 경영목표를 '경쟁우위 확보, 기업가치 제고'로 제시하고, 최우선 전략으로 증권·보험·VC(벤처캐피탈)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 회장은 "상반기까지는 거센 파고를 넘는데 초점을 맞춘 내실경영을 하되, 그 뒤에 따라올 기회 또한 즉각 잡을 수 있도록 '성장엔진의 피봇'도 함께 도모할 것"이라고 올해의 경영전략 방향을 강조했다.  

■ 고사성어, 카타르 월드컵 기적 언급도   

매년 신년사에서는 고사성어가 공식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새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선택한 고사성어는 변화하면 살아 남고 안주하면 사라진다는 뜻을 가진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다. 

특히 조 회장은 "저는 지금 이순간,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라는 로마의 멸망이 남긴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고 위기의식을 내비쳤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 역시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미래로 가고자 하는 결단이 배경이었기에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일관성있게 강조한 것이다.

앞서 조 회장은 작년 연말 인사에서 용퇴 결단을 하며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차기 회장 내정자)에게 자리를 물려준 바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함영주 회장은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뜻의 풍전등화(風前燈火)를 썼다.

함 회장은 "대한민국 4대 금융그룹, 글로벌 선도 금융회사, 자산관리의 명가, 최우수 외국환은행 등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엄청난 규모의 자산과 매년 증가하는 이익을 바라보며, 어쩌면 우리 마음 속에도 이미 ‘마지노선’이 자리잡아 현실에 안도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앞서가는 경쟁자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여 우리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하나금융그룹 내 14개 자회사 중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될까요?"라며 조직 전반에 경각심을 줬다.   

윤종규 회장과 손태승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태도를 강조하는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윤종규 회장이 언급한 고사성어는 '토끼가 위기에 닥쳤을 때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 위기를 벗어난다'는 뜻의 '동여탈토(動如脫兎)'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토끼의 기민함처럼 ‘Agile KB’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 높이 올라간다'는 뜻의 '비필충천(飛必沖天)'의 기세로 "우리가 가진 저력을 믿고 강력히 돌파해 나가는 한 해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종규 회장과 함영주 회장은 작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투혼을 언급하며 각각 진정한 '원팀'과 '하나'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9%밖에 되지 않았고 마지막 경기를 이겨도 16강 진출을 담보할 수 없어 낙담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의 기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