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로 책사랑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덧글로 책사랑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 북데일리
  • 승인 2006.07.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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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터넷 책카페 운영자 백승협씨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분들의 모임이라니 너무 반갑군요. 저도 책을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 앞으로 자주 뵙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카페 알려주신 이환님 감사드립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요, 좋은 책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 신입회원 ‘매튜’

“매튜님, 반갑습니다. 이환님 소개로 오셨군요. 늘 좋은 책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저도 이 카페가 참 좋습니다. 자주 뵐 수 있겠죠? ^^” -고냥씨

“매튜님 반가워요. 앞으로도 자주 자주 만나뵈용~&&” -희망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니 정말 반갑죠? 앞으로 자주 뵈요” - 하루

“반갑습니다. 매튜님. 책과 함께 카페와 함께 좋은 시간되었으면 해요. 매튜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 하루

“우연이 인연이 되는 일, 참 즐거운 일이지요. 매튜님, 반가워요.^^ ” - 빈그릇

“반갑습니다. 책좋사와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이 한층 더하실 꺼에요^^” - 지니

“매튜님 반갑습니다. 좋은 나눔터에 잘 오셨어요” - 해리

“매튜님 어서오세요. 반가워요. 퍼스나콘이 너무 매력적인걸요. 앞으로 자주 뵈요” - 티티새

“매튜님 앞으로 자주 뵙길 바래요. ^^ ” - 나그네

“매튜님 반가워요. 앞으로 좋은 책과 더불어 좋은 나눔 마니 나누네요. 자주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 춘하추동

온라인 커뮤니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http://cafe.naver.com/bookishman.cafe)’(이하 ‘책좋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상황’ 이다. 책 커뮤니티 중 서평과 덧글 문화가 가장 활성화된 이 카페에서는 가입인사 하나에도 많게는 10개 이상의 환영 덧글이 달린다. ‘매튜’라는 아이디를 쓰는 신입회원에게 따뜻한 환영 덧글을 달아준 회원은 총 10명. 신입회원 ‘매튜’는 기존 회원들의 따뜻한 환대에 다시 덧글을 단다.

“고냥씨 반가워요 ^^, 희망자님 안녕하세요, 앞으로 자주 자주 뵈어요! ^^ 하루님 안녕하세요. 책을 좋아해서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얼음눈물님 반가워요. 얼음눈물님도 즐거운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 , 빈그릇님... 좋은 말이군요. 우연이 인연으로. 앞으로 자주 뵙고 싶어요~ ^^”

덧글은 또 다른 덧글을 낳고, 관심은 또 다른 관심을 낳는다. 가입인사를 남겨도 운영자의 덧글 한 줄이 전부인 여타 커뮤니티와는 다른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온라인 책 커뮤니티 운영자 인터뷰 네 번째 주인공으로 만난 ‘책좋사’ 운영자 백승협(40)씨는 덧글을 ‘나눔’이라고 표현했다.

(주)오리온 구매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 백씨는 2004년 책을 열심히 읽겠다는 순수한 결심에서 카페 ‘책좋사’를 개설했다.

운영 3년째. 혈혈단신으로 시작한 침묵의 카페를 회원 수 1만2천여 명의 대형카페로 키워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운영자는 조심스레 그 특별한 노하우를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늦깎이 독서광, 책읽는 멘토어를 만나다

백씨는 카페를 개설하기 전만 해도 책을 지독히도 안 읽던 직장인이었다고 한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현장경험과 경력뿐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책이 직장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은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그를 아끼던 한 직장상사의 호출이 떨어졌다. 책을 무척 좋아해 언제나 손에 책을 들고 있던 상사는 그를 불러 놓고 “일주일에 한 권 읽는다고 하면 평생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라는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당황해 머뭇거리고 있던 백씨를 향해 상사는 말을 이어갔다.

“1년에 50권이라 하면 2년 100권, 10년 동안 매주 한권씩 읽어봤자 1000권밖에 되지 않지. 최소 책은 1000권정도 읽어야 이런저런 지식들이 융합돼 사고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네. 그런데 책도 읽지 않고 자기계발을 꿈꾼다는 것이 말이 될 것 같은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책 읽기를 시작하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지 방법을 알지 못해 고민에 빠져있던 백씨에게 상사의 말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방법조차 모르던 그는 서점을 오가며 무작정 책을 사 나르기 시작했다.

카페 이름 역시, 자신이 책을 좋아하지 않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고 지으면 책을 좋아하게 될까봐 붙인 이름이었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던 셈이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니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서평을 올리는 온라인 카페 였다.

“2년간은 모든 책을 리뷰 했어요. 일주일에 2~3권을 읽었죠. 글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1년간 거의 혼자서 카페에 서평을 올렸어요”

책 읽는 멘토어를 만나 30대가 되서야 책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늦깎이 독서광 백씨. 직장 상사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열심히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

그의 가상한 노력 탓이었을까, ‘감자팩’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회원이 합류했고 두 사람은 매일 10~15 개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네이버 오늘의 카페로 선정되면서 회원 수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 1만2천여 명의 회원이 함께 하는 대형 카페로 성장하게 됐다.

운영진 21명, ‘베스트글’ 선정 등 독특한 아이디어

‘책좋사’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은 현재 21명이다. 운영진 대부분은 서평과 덧글 활동을 많이 하는 이들로 새싹멤버, 관심멤버1, 관심멤버2, 심취1, 심취2 등급 중 최소 ‘관심멤버2’ 이상에 속하는 성실 회원들이다.

백 씨는 1000명이 넘을 때마다 운영진을 추가로 모집했다. 13대까지 이어져 온 운영진이 아니었다면 카페가 이처럼 활성화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운영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덧글, 서평 활동, 운영진 게시판을 통한 다양한 의견 제시 등을 통한 운영진의 활발한 활동은 카페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카페 운영 노하우를 묻자, 백씨는 반응이 좋은 카테고리 ‘글이 담긴 나눔터’부터 소개했다.

`e 부분이 참 좋았어요!` `한마디 감동 나누기` `자유로운 글 나누기` `함께 웃음보 터뜨리기` `즐겨 읽는 시 나누기` `자작글 나누기` `정보가 되는 글 나누기` 총 7개의 게시판으로 이루어진 카테고리로 책을 읽다 쓰는 자작글, 책 속에서 발췌한 정보글, 감동적인 문구 등이 주를 이룬다.

“한때는 게시판 수가 많은 적도 있었지만 운영진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많은 부분을 축소했습니다. ‘코아브랜드(Core-Brand)’ 전략을 기반으로 잘되는 쪽은 살리고 아닌 쪽은 축소시키거나 없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메뉴가 많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활동하기에 편한 콘텐츠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됐죠”

운영자가 이어 꼽은 카페 운영 노하우는 ‘베스트 글 선정’ 이벤트.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주간, 월간 베스트 글을 선정하는 이벤트다. 당선자에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이나, 적립금을 주는 온라인 서점과 비슷한 형식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매일 오는 회원도 있지만 일주일, 이주일에 한번 오는 회원들도 있을 텐데 뭘 보고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 생각해 낸 이벤트였어요. 자칫 묻힐 수 있는 좋은 글을 선정해 모아두면 회원들이 보고가거나 담아갈 수 있겠다 싶었죠”

글쓰기에 동기 부여 역할까지 해주는 ‘베스트 글 선정 이벤트’는 ‘축하합니다’라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덧글에 힘입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는다

효과적인 운영진 운영, 베스트 글 선정이 카페를 활성화 시킨 주요인이라면 덧글은 ‘책좋사’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덧글을 ‘나눔’이라 부르는 백씨. 그는 “덧글은 나눔입니다. 덧글을 받아보니 기분이 좋고, 자신도 덧글을 나눠줘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생각. 이것이 바로 나눔의 시너지효과를 일으키죠.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입 인사글 하나에도 10여개의 덧글이 달리는 카페.

‘책좋사’의 덧글에서는 진심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형식적으로 다는 덧글이 아닌 올린 사람의 글을 꼼꼼히 읽어 본 후 다는 덧글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서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서평과 덧글은 쌍방향이잖아요. 덧글을 나누다 보니, 온라인에서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구요. ‘000하시오’라는 상상플러스 버전 어투로 재미있게 덧글을 다는 회원들도 있답니다”

운영자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표현을 통해 덧글의 역할을 강조했다.

‘책좋사’가 어쩌다 한번 들르고 마는 카페가 아니라, 계속 발걸음 하게 만드는 카페로 거듭난 데에는 덧글의 역할이 컸다. 자신이 올린 글에 어떤 덧글이 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페에 들르고, 새롭게 올라온 글에 덧글을 달기 위해 카페에 들르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방문자수는 급증했다.

“나눔은 나눔을 낳는다”는 운영자의 원칙이 적중한 셈이다. 덧글은 또 다른 덧글을 낳았고, 방문은 또 다른 방문으로 이어졌다.

좋은 책이지만, 광고할 여력이 없다면 `책이벤트`

백씨는 적게는 일주일에 한권, 많게는 일주일에 네 권까지 진행되고 있는 카페의 책 이벤트 의 목적이 좋은 책을 만들어도, 광고할 여력이 없는 작은 출판사들의 책을 회원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가 알려진 후 대형출판사들의 참여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홍보할 여유가 없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출판사에게는 홍보의 효과를 주고 회원들에게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요청이 오는 이벤트는 대부분 진행하고 있다.

백씨는 이벤트를 통해 책을 받으면 하나의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담긴 리뷰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놓친 부분, 정반대의 의견도 접할 수 있어 책을 읽는 시각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면 전에는 접해보지 못한 분야의 책도 읽을 수 있고 편식하던 독서습관도 고칠 수 있어 좋다고도 한다.

여전히 일주일에 2권이상의 책을 읽고 1편이상의 서평을 쓰고 있는 성실한 운영자 백씨. 긴 인터뷰 끝에 언젠가는 회원들의 베스트 글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느티나무에 앉아 사람들이 책을 읽는 장면을 상상하며 처음, 카페를 만들었어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정말 행복 합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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