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노린다...1조원 투입해 이커머스 시장 승부수 띄워
롯데,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노린다...1조원 투입해 이커머스 시장 승부수 띄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2.11.0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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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 (사진=롯데쇼핑)
영국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 (사진=롯데쇼핑)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유럽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스마트 물류에 약 1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롯데가 과거 온라인 유통 개척자 명성을 되찾을지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는 전날인 1일 롯데쇼핑과 오카도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PS)' 도입 내용이 포함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주문부터 배송까지 이커머스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OPS를 롯데 이커머스 유통군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5년 첫 번째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오픈할 예정이다. 또 2032년에는 국내 온라인 신선식품(그로서리) 시장에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당일 양사 체결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참석해 “롯데와 오카도 간의 협력이 양사가 상호 성장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번 행보에 힘을 실었다.

사실 롯데는 온라인 유통의 ‘퍼스트 무버(개척자)’였다. 20여 년 전 1996년 롯데인터넷백화점을 개설할 만큼 시장을 내다보는 안목이 남달랐다. 하지만 올해 출혈경쟁으로 롯데온이 새벽배송 사업을 접는 등 이커머스 시장에 탄탄하게 자리 잡지는 못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OSP 도입을 통해 상품 변질, 품절, 상품 누락, 오배송, 지연배송 등 국내 소비자들이 온라인 장보기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해오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한 각오를 보였다.

최근 글로벌 물류시장은 여러 방면의 첨단 기술이 접목되며 급격한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물류센터의 민첩성에 영향을 받는 이커머스 기업은 자동화 설비 구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쿠팡이나 SSG닷컴, 컬리 등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모두 자동화 기술이 닿아 있는 물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한 비용과 생산성 개선 등 자동화의 가성비 문제가 존재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이르는 자동화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게다가 내외부의 변동성이 적지 않은 이커머스 환경에 도입부터 구축까지 자동화 모델을 구축하는 물리적인 시간 소요를 감안하면, 위험부담은 더 커진다. 롯데가 1조원을 투자해 도입하는 OPS를 두고 이커머스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환경에도 롯데가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그로서리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약 25%에 불과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한 단계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 (사진=롯데쇼핑)
영국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 (사진=롯데쇼핑)

오카도는 2000년 골드만삭스 출신 3인이 영국에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를 설립하며 출발한 회사다. AI와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수요 예측부터 자동화 된 물류센터 내 피킹과 패킹, 배송 및 배차에 이르는 엔드 투 엔드 통합 솔루션인 OPS 사업으로 아마존에 버금가는 기업으로 꼽힌다.

창립 20년 만에 지난해에는 매출 24억 9900만 파운드(약 4조원)를 달성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크로커, 소베이, 몰스 등 대형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오카도의 OPS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롯데에 따르면 오카도만의 기술이 집약된 CFC를 구축해 적용할 경우 물류센터에 적재 가능한 상품 종류는 기존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만큼 고객은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주문할 수 있으며 결품이나 누락 없는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배차 간격도 1시간 간격 33회로 촘촘해져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지정하고 지연 없는 배송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카도가 영국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슈퍼마켓은 주문 물품과 정시 배송의 정확도가 97% 수준이다. 식품 폐기율은 0.4% 수준으로 국내 대형마트나 슈퍼가 3~4%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스트 팔로어인 쿠팡이나 마켓컬리, 유일하게 흑자 경영 중인 오아시스 등을 넘어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롯데가 유통군에서 그로서리 시장 경쟁력 강화를 선언한 만큼, 오카도 시스템을 얼마나 잘 안착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가 온오프라인 통합 그로서리로 발돋움한다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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