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3개월새 10만부 비결
`아내가 결혼했다` 3개월새 10만부 비결
  • 북데일리
  • 승인 2006.06.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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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계문학상 소설 문이당 편집부 김현주 과장

일처다부제 논란을 일으킨 문제적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가 출간 3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했다. `세계문학상` 당선작이라는 타이틀에 1억원고료의 감투까지 썼다지만 `팔리는 소설은 공지영 밖에 없다`는 열악한 소설시장에서 신인작가나 다름없는 작가의 작품이 3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을 만든 출판사는 문이당. 김정현의 <아버지> 김주영의 <홍어>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면서 90년대 출판시장을 오직 소설로 풍미했지만 한동안 대표작을 내지 못하다 지난해 세계문학상수상작 <미실>과 올해 당선작 <아내가 결혼했다>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실> 20만부, <아내가 결혼했다> 10만부라는 판매부수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30만부 판매에 육박하는 놀라운 수치다. 저명한 작가도 아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인데다 단편도 아닌 장편소설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문이당의 부활에 우리는 현미경을 들이대 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파주와 서교동에 밀집돼 있는 것과 달리 문이당은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4가에 외떨어져 있었다. 비오는 지난주 수요일. 번잡한 길가 앞에 은밀히 뻗은 좁은 골목길 건너편에 위치한 문이당을 두 번의 전화 통화 끝에 어렵게 찾아냈다. 우거진 녹음을 걸친 양옥집이 그림처럼 비를 맞고 서 있었다.

집을 개조해 만든 출판사들이 대부분 그렇듯 실내는 무척 조용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대한 분량의 책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후 안쪽에서 “찾아오시느라 힘드셨죠”라는 말로 기자를 반기는 사람. 편집팀을 맡고 있는 김현주(32) 과장이었다.

<미실> <아내가 결혼했다>를 편집한 김 과장은 예쁜 다기에 정성스레 준비된 녹차를 내밀며 “세 번을 읽었는데 그때마다 생각이 달라졌다”는 말로 <아내가 결혼했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아닐까, 걱정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피디하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일처다부제가 주는 판타지가 남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세 번째 읽었을 때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편집자로서 일처다부제라는 소재가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을 만도 하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의 감성을 ‘얄미울 정도로’ 콕콕 짚어내는 날카로운 시선과 사랑과 결혼, 인생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을 다룬 튼실한 텍스트가 소설의 성공을 예감케 했다.

이에 축구와 소설을 접목시킨 새로운 형식 또한 월드컵 시즌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단 3명의 인물밖에 나오지 않는 단조로운 구성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젊은 독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출간 3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했다.

“편집자를 축구광으로 만든 소설”

“인생 그 자체가 축구장에 지나지 않는다” 는 W. 스콧의 말로 시작하는 소설은 절반이 축구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하나의 축구이야기가 등장한다. 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지만, 축구를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재미있을 소설이다.

김 과장은 축구에 문외한이었던 자신이 책을 만들면서 해외축구 선수들의 전력을 줄줄 꿰는 축구광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문학상 수상이 결정된 후 기자간담회가 열리기까지 편집부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단 2주. 2주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이유로 편집부는 세계문학상 수상이 결정될 때면 초비상이 걸린다.

“<미실> 만들 때는 설에 집에도 못 내려갔고, <아내가 결혼했다> 때도 매일 밤을 새며 야근을 했어요. 특히 이번작품은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정확한 승률, 년도, 선수이름까지 오차여부를 확인하느라 더욱 신중하게 작업해야 했죠”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했기에 밤을 새워가며 축구자료를 확인했다는 김 과장. 험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니 어려운 축구용어도 척척 알아맞히는 축구전문가가 돼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요즘 월드컵 보는 재미가 야식 먹는 재미를 능가한다는 말도 전했다.

편집과정의 일화만큼 재미있는 독자반응도 있었다. 충북 제천에 거주하는 한 독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고 있는데 00페이지부터 00페이지가 내용이 없네요. 이 부분을 지금 곧장 메일로 보내주세요”

있어서는 안 될 파본이지만, 가끔 생기기도 하기에 그럴 때는 새 책을 보내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던 출판사 입장에서 아예 몇 페이지를 메일로 넣어달라는 독자의 주문은 당혹스러웠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미칠 것 같아 책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지금 내용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온라인 서평, 그 이상이었다.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으로 승부”

홍보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였다. 지난해 운영했던 ‘미실’ 네이버 블로그는 성공사례로 뽑힐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올해 역시 젊은 독자를 타깃으로 <아내가 결혼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톡톡한 홍보효과를 거둬 올렸다.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젊은 소설이라는 점에 착안하고 블로그,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했습니다”

젊은 편집자 김 과장은 전통의 순수문학사라는 브랜드 이미지 고수에만 신경 쓰지 않고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이후 검색창 이벤트, 네이버 메인 노출, 책 읽는 연예인 이벤트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젊은 독자들의 눈에 끊임없이 소설이 노출 되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소설은 새로운 가족제도를 제안합니다. 아이를 가진 인아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죠.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처다부제를 비롯해 다양한 가족제도를 등장시키는 새로운 소설입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드라마에서도 이미 빈번하게 등장한 것이죠. 젊은 독자층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김 과장은 드라마나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에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가족제도에 주목했다. 소설이 던지는 화두인 연애와 사랑, 결혼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20,30대 독자들에게 할 말을 만들어주는 충분한 담론꺼리라고 생각했다.

지속적인 온라인 마케팅은 실제 속의 결혼, 연애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경험 에피소드들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전통의 순수문학 출판사 문이당은 젊은 독자들의 기호와 욕구에 발맞춰 나가는 젊은 출판사로 ‘환골탈태’했다.

“박현욱, 일상의 소박한 행복 꿈꾸는 작가”

김 과장은 작가 박현욱을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매번의 반전을 통해 결국, 독자를 K.O. 시키고 마는 소설과 달리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말 평범한 분이에요. 천진난만한 면도 있죠. 다양한 것들이 포용되는 세상을 꿈꾸시는 것 같아요”

1억 원이라는 엄청난 상금의 용도가 궁금하다고 하자, 작가의 말을 빌린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 썼다고만 하시던걸요”

김 과장의 말에 따르면 박현욱은 교정 때 마다 이메일이나 택배를 통해 교정을 보지 않고 직접 출판사를 찾아와 편집자와 논의를 거치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글 쓰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한 문장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꼼꼼함을 갖고 있다고 한다.

축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는 박현욱은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공 덕훈처럼 결혼을 꿈꾸는 평범한 미혼이다.

“유명작가에 연연하지 않겠다”

김 과장은 문이당을 “유명작가에 연연하지 않는 출판사”라고 설명했다. 일본소설, 유럽소설이 인기를 끌던 중에도 오직 한국 소설가들의 작품만을 출간해 온 전통성은 가져가되 유명작가의 소설만이 아닌 가능성 있는 신예작가들의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출간한 임정연 소설집 <스끼다시 내 인생>(문이당. 2006) 역시 작가의 가능성을 보고 출간을 결정한 작품들이다.

“엄마와 딸이 밥을 먹으면서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소설 이야기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는데 어떤 부분은 좀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쓸 수가 있느냐. 요즘 정말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느냐 하는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충분히 나눌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소설이 입으로 전달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소설을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이 드라마처럼 전해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편집자의 소망. 우리 모두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자 바람이 아닐까 싶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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