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나스닥 하락·금리 상승 곱버스 ETN 성과는
코스닥·나스닥 하락·금리 상승 곱버스 ETN 성과는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2.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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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향은 원자재·원유 등 상위권
역방향은 통화긴축 테마가 부각
(자료=한국거래소 취합)
2021년 2월 11일 종가 기준 코스닥, 나스닥, 국채 인버스 ETN 상승률. (자료=한국거래소 취합)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리 상승과 물가 상승이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진전되는 가운데 해외지수, 원자재, 국채 등의 기초지수를 각각의 방향으로 추적하는 일부 ETN(상장지수증권)들이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레버리지/인버스 ETN에 대한 투자 수요가 다시 들썩거린다고 진단하고 있다. 2020년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위축됐던 ETN 시장이 단기 효율적인 자금운용을 위한 피난처로 부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주식 환불하고 싶은데 인버스 개미는 웃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초자산의 역방향을 추적하는 ETN 중 성과가 좋은 건 나스닥·코스닥 지수 하락과 국채금리 상승(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N들이다. 상장된 ETN 전 종목 상위권에서 이름을 줄줄 올리고 있다.

코스닥150 지수를 기초지수로 코스닥 하락시 참여율 200%의 수익을 내는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 코스닥150 Auto-KO-P 2212-01 ETN은 51.43% 상승했다. 이 상품은 최대손실율을 -30%로 제한해 퇴직연금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의 인버스 2X 나스닥 ETN은 지난 11일 장까지 연초 이후 23~24%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들 ETN은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금융기업 제외)으로 구성된 Nasdaq 100 Total Return Index에 대해 2배 숏 포지션(매도)을 취하는 방식이다. 

인버스 2X는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상품들이다. 투자자는 투자상품이 추적하는 기초지수 움직임에 정해진 음의 배수인 -2배로 연계된 손익을 얻게 된다.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이 2배로 발생하는 식이다. 나스닥과 코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각각 11일(현지시간)과 이날까지 11.8%, 17.5% 내렸다.  

금리 상승기라는 확실한 방향성에 발맞춘 인버스 ETN도 수익률이 꾸준하다. 메리츠증권 인버스 2X 국채30년 ETN은 지난 11일 기준 연초 이후 17%대 상승했다. 

이 ETN은 30년 만기 국고채 3개 종목으로 구성된 기초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게 된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해 금리 상승에 대비하려는 투자수요를 감안해 메리츠증권이 동시상장했던 한·미국채 ETN 상품군에 속한다.

2021년 2월 14일 기준 최근 3개월간 미국 국채 10년물, 국고채 30년물 수익률 추이. (자료=삼성증권·인베스팅닷컴)
2021년 2월 14일 기준 최근 3개월간 미국 국채 10년물, 국고채 30년물 수익률 추이. (자료=삼성증권·인베스팅닷컴)

메리츠 인버스 2X 미국채 10년 ETN도 같은 기간 10% 상승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말 1.5%대 초반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처음으로 2%대를 돌파했다. 전장 기준 1.937로% 큰 틀에서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금리 상승은 기술주와 성장주에 하락 압력을 준다. 이들 ETN의 움직임은 각국 통화긴축 전환 테마와 연관이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잡히지 않는 물가와 임금 상승은 통화긴축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지난주 발표한 1월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올라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전년 대비 7.5%를 기록해 1982년 2월 이후 40년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 달부터 0.25%p씩 올해 총 7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 제시했다. 기존 5차례 금리 인상에서 예상 횟수가 더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3월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 및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라며 "또한 3월 양적완화(QE)가 종료되고 이후 빠른 시간 안에 양적긴축(QT)이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소심하지만 강렬하게"...투자 수요 꿈틀 

원자재를 정방향으로 추적하는 ETN은 상승률이 더욱 가파르다. 중국 등 글로벌 철강재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에 국제유가도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새해 들어 최근까지 가장 많이 오른 ETN은 '대신 2X 철광석 선물 ETN'으로 지난 11일 종가 기준 작년 말 대비 73.75% 상승했다.

다음으로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의 WTI 원유 선물 ETN과 미래에셋증권의 원유선물혼합 ETN이 각각 36~4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원유 선물의 일간수익률을 2배가 아닌 1배로 추적하는 대신·신한·미래에셋 원유 ETN도 같은 기간 16~18% 상승했다.   

원자재와 농산물 ETN도 강세다. 하나금융투자의 레버리지 콩 선물 ETN은 32.84% 뛰었고, 대신증권 2X 니켈선물 ETN, 대신 철광석 선물 ETN은 각각 29%, 27% 올랐다. 

2021년 말 대비 2022년 2월 11일 종가 기준 수익률 상위 ETN. (자료=한국거래소 취합)
2021년 말 대비 2022년 2월 11일 종가 기준 수익률 상위 ETN. (자료=한국거래소 취합)

ETN 투자수요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맞물려 재차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2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통계기준 ETN 지표가치 총액은 지난달 9조원을 돌파했다.

ETN 지표가치 총액은 2020년 하반기 7조원을 밑돌았으나, 지난해 메리츠증권이 신규 발행사로 시장에 진출해 총 9개 증권사가 상품을 발행 중이며, 신규상장 종목도 증가해(2020년 말 190개→작년 말 270개) 꾸준히 시장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와 원자재 가격의 반등,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레버리지/인버스 ETN에 대한 투자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변동성 국면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지표가치 총액 대비 매출액 비중도 반등하는 조짐이다. 실질적인 ETN 규모를 파악하려면 지표가치와 실제 매출규모를 동시에 확인해야 한다. 발행사인 증권사들이 발행총량을 결정해 거래소에 상장한 후 투자자에게 매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1월 21일 발간 보고서 'ETN시장 업데이트: 소심하지만 강렬하게' (자료=삼성증권)
삼성증권 1월 21일 발간 보고서 'ETN시장 업데이트: 소심하지만 강렬하게' (자료=삼성증권)

한편 ETN은 자산운용사의 ETF과 달리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상품으로,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다. ETF와 달리 기초지수 수익률만큼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증권이므로 추적오차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다만, 레버리지 ETP(ETN·ETF)을 거래하려면 금융투자교육원 사전교육 이수가 필요하다.   

이들 상품은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반면에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부정적인 복리효과가 누적된다. 이로 인해 대부분 장기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수익률 구조가 직관과 많이 다를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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