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백서_제약 ② 한미약품그룹] 2세 3남매 ‘대권’ 레이스 개시…승계 열쇠 쥔 송영숙 회장
[지배구조 백서_제약 ② 한미약품그룹] 2세 3남매 ‘대권’ 레이스 개시…승계 열쇠 쥔 송영숙 회장
  • 이시아 기자
  • 승인 2021.11.1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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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상속 마친 한미약품그룹 총 11.65%로 송영숙 회장 최대주주
송 회장 체제하에 3남매간 뚜렷한 경영 분담으로 발전 방향 모색

[편집자 주] 화이트페이퍼는 기업의 경쟁력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인 지배구조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는 [백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지배구조의 모습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의 양태가 달라지고, 지속가능 경영 형태가 변화합니다. 21세기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고객, 협력회사,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경영 결정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영 결정의 핵심 요체인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일은 기업을 바라보는 첫 번째 도구입니다.
맨 먼저 제약 기업의 지배구조 백서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120여 년 전, 구한말 태동한 국내 제약 기업들은 업력에 비해 산업 규모가 성장하지 못한 업종입니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 붐’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 제약기업들의 도약에 구름판이 될 지배구조를 살펴봄으로써 그 미래를 그려볼 계획입니다.

[화이트페이퍼=이시아 기자] 지난해 8월 한미약품그룹의 구심점이었던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 고문(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회장)이 임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해 연말 한미약품그룹은 장녀 임주현 부사장과 차남 임종훈 부사장을 한미약품 사장으로 앉히는 2021년 새해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 지배구조를 재정비했다. 창업주인 부친(임성기 회장)이 살아 있을 때 ‘대권’에 가장 근접한 후계자로 보였던 장남 임종윤 사장과 동생들이 같은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 게다가 고(故) 임성기 회장의 지분(지배구조의 정점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부인 송영숙 회장 698만 9887주 ▶장남 임종윤 사장 354만 5066주 ▶장녀 임주현 사장 354만 5066주 ▶차남 임종훈 사장 354만 5066주로 상속됐다.

창업자 세대의 상속이 부친→모친→자녀로 내려가는 의외의 구조를 택하면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 됐다는 게 재계의 평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명목 상속세율이 60%에 달하는 한국의 기이한 상속세 제도 하에서 이 같은 선택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 부인 송영숙 회장의 ‘대행 체제’ 속 3남매의 ‘무한 경쟁’ 돌입

약사 출신인 임성기 회장은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 약국’을 개업했다. 약국이 번창하면서 축적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1973년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고 1988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한미약품은 2010년 인적분할을 단행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신설법인이 한미약품이 되고, 남아있는 투자부문이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됐다. 

임성기 회장 타계 후 2021년 3월 한미사이언스는 최대주주가 임성기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1763만여 주가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에게 집중돼 상속된 것. 법정 상속은 배우자 1.5, 자녀가 1의 비율이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 비율이 2대 1이었다.

그 결과 현재 송 회장은 기존 지분 1.26%를 포함해 총 11.65%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가 됐다. 임종윤 사장은 3.65%에서 8.53%(상속 당시 8.92%였으며 지난 9월 현물출자분 반영)로, 임주현 사장은 3.55%에서 8.82%로, 임종훈 사장은 3.14%에서 8.41%(지난 5월 장내 매수분 반영)로 각각 지분이 늘었다. 세 자녀 모두 동일한 비율로 배분한 만큼 형제간 지분율 격차는 상속 전과 동일하다.

임성기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상속 외에도 증여가 이뤄졌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수증자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모두 해당 증여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됐다. 지분율은 각각 4.89%, 3.00%다. 이 밖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6.43%를 보유한 한미헬스케어가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는 한미사이언스가 지주회사로 있고 굵직한 자회사들을 한미사이언스에 두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는 한미약품 41.4%, 제이브이엠 39.2%, 온라인팜 100%, 에르무루스 98.6%, 한미중국유한공사 100%, 일본한미약품 100%, 한미유럽 100% 등을 두고 있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지분율 41.40%로 한미약품을 지배하고 오너가(家)가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로 있으면서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 ‘경영 분담‘ 뚜렷한 한미약품 삼남매, 향후 어떤 승계구도 완성할까

삼남매가 모두 사장 직급에 오르면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송 회장의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분간은 송 회장 아래 세 자녀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세 자녀가 그룹 내 경영능력을 입증해 나가는 것이 주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2010년부터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어머니인 송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각자 대표체제로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1972년생인 임종윤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바이러스 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곡분야 석사 과정을 밟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미국 유학 후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2004년부턴 북경한미약품 기획실장, 사장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9년 한미약품 등기이사에 선임됐고, 2010년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에 오른 후 2016년 단독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한 신약개발‘이란 경영 철학을 계승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진출 활성화 및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맞춤형 건강관리를 통한 예방과 치료를 연결하는 ‘토털 헬스케어‘ 영역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둘째이자 장녀인 임주현 사장과 셋째이자 차남인 임종훈 사장이 한미약품에 합류하게 된 시기는 동일하다. 미국 스미스칼리지 음악과를 졸업한 1974년생 임주현 사장과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를 나온 1977년생 임종훈 사장은 각각 2007년 인재개발팀장과 IT(정보기술) 담당 이사로 한미약품에 입사했다. 2년 뒤인 2009년 각각 인적자원개발과 경영정보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반열에 올랐다.

2013년 두 남매는 해당 부문 전무로, 2018년에는 부사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임주현 사장은 글로벌 전략 및 인적자원개발 업무를, 임종훈 사장은 경영기획과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담당하고 있다. 임주현 사장은 부친 별세 이후 모친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며 그룹 내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6.43%를 보유한 한미헬스케어 대표를 맡고 있다.

후계구도 향방을 결정하는 중심에는 송영숙 회장이 있다. 뚜렷한 경영 분담 속 오너 2세가 모두 사장단 반열에 올랐고 지분율 격차는 미미해 향후 어떤 승계구도가 완성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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