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 여가수-밑줄긋는 PD `북미팅`
책읽어주는 여가수-밑줄긋는 PD `북미팅`
  • 북데일리
  • 승인 2006.06.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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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EBS‘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 PD 김훈석-MC 호란

책 소개 프로그램에 재연드라마, 뮤직비디오, 영화가 등장한다?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 치기엔 이르다. EBS ‘책 읽어 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 (연출 이두일, 김훈석, 고현미 매주 목요일 밤 11:55)은 책 관련 `멀티 버라이어티` 교양프로그램이다.

엄숙주의를 경계하고 독서토론 형식을 배제하고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책을 소개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프로그램이다. 문학평론가, 저자, 아나운서가 아닌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을 MC로 투입시킨 이유도 “책 프로그램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싶었기 때문.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 호란이 스튜디오 진행을 맡으면 다른 편에서는 책의 내용을 지지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와 다양한 의견을 펼친다. 격론을 벌이는 전문가들의 토론 대신, 직접 겪은 체험, 느낌을 바탕으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반인들과의 인터뷰는 정겨울 뿐더러 보기도 편하다.

새로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설을 재연드라마로 구성하기도 하고, 뮤직비디오로 오프닝을 만들기도 하며 영상에 어울리는 영화를 삽입하기도 한다. 책 소개 프로그램이 이 쯤 되면 기발하다는 감탄이 나올 만하다.

녹화현장에서 만난 김훈석(36) PD는 “책을 읽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는 말부터 꺼냈다. “원래는 독서광이 아니었다”는 고백도 숨기지 않은 김 PD 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중1 때부터 읽어왔다”는 독서광 MC 호란과 나눈 솔직 담백 인터뷰.

“방송 만들면서 더 읽게 됐죠”

김 PD는 여러 패널이 출연해 한권의 책을 두고 토론하는 형식을 택하지 않은 이유를 “책 자체의 향기를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텍스트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화 해보겠다는 야심이다.

애니메이션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EBS ‘애니토피아’를 연출 했던 김 PD는 영화, 만화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돌이켜보면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도 운명처럼 느껴진다는 김 PD.

책 프로그램 PD의 독서량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김 PD는 이 질문에“독서광이라고 표현할 만큼은 못돼요. 마음에만 있었지 책을 많이 못 읽었거든요. 오히려 프로그램 만들면서 더 읽게 된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책을 읽게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소망을 스스로부터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내 인생의 잊지 못할 책’으로는 김중식 시인의 <황금빛 모서리>(문학과지성사. 1998)를 꼽았다. 대학 때 처음 접한 시집인데 몇 십 번을 되씹어 읽어도 그때 마다 글맛이 다르게 느껴져 지금도 가끔 꺼내 읽어 보는 책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다양한 변화는 계속 될 것”

김 PD는 토론이 아닌 다큐 형식을 지향하고 있는 지금의 포맷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 권의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화시켜 독서 욕구를 자극시키겠다는 초심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떤 형식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될 것이라는 여지는 남겼다.

“책 자체의 향기, 느낌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명한 평론가가 나와 별점을 매기고 비평을 하는 형식이 아니라, 책 내용 자체를 전달하는 방법에 돋보기를 대보자는 것이죠. 우리가 평가하기 보다는 시청자, 독자 여러분께서 책을 읽고 다양한 해석을 내릴 수 있도록 그 통로를 열어주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3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해 12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책 읽어 주는 여자...’ 만의 분명한 자기 색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심야시간에 방송한다는 사실 때문에 덜 알려졌다는 핸디캡은 제작진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중1때부터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읽었죠”

진행자 호란이 대단한 독서광이라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다.

‘내 인생의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대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열린책들. 2002)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열린책들. 2002)을 꼽는다.

“좀 촌스럽죠. 전부 고전이라. 그래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만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 소설은 없는 것 같아요. 거대한 인류애마저 느껴지거든요. 특히 <죄와 벌>은 중1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시간이 나면 가장 먼저 꺼내 읽는 책입니다.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죠”

침착한 말투, 뛰어난 문학적 안목에서 책 프로그램의 진행자다운 면모가 느껴졌다. 호란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아멜리 노통과 로알드 달도 추가했다. 예상을 전복시키는 재기와 탄탄한 스토리 때문에 이들의 작품을 즐겨 읽는다고.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방송이길 바래요”

책을 너무 좋아해 MC 제의를 받자마자 덜컥 “하겠다”고 했다는 호란은 책을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책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방송.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방송이었으면 좋겠어요”

시청자에게 좋은 ‘책 친구’가 되고 싶다는 호란. 도전적인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은은한 책향기가 매력적인 진행자였다.

다양한 표현방식, 획기적인 발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책 프로그램 ‘책 읽어 주는 여자...’는 1일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민들레. 2004)를, 8일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인물과사상사. 2005) 편을 방송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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