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입’에 쏠리는 눈…테슬라 ‘배터리데이’ D-1
일론 머스크 ‘입’에 쏠리는 눈…테슬라 ‘배터리데이’ D-1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9.2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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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전기차 생산에 장기적 영향 미칠 내용 공개”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투자자와 자동차, 2차 전지(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론 머스크의 ‘입’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테슬라가 지난 4월부터 ‘가장 흥미로운 행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이 행사에서 어떤 발표를 할지 앞다퉈 예측을 내놓기도 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벤트가 배터리 시장의 자극제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연합뉴스)

■ 괴짜이자 천재 CEO…새 소식 기대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괴짜’와 ‘천재’를 오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테슬라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과대평가 됐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돼지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킁킁대는 행동을 컴퓨터 신호로 보여주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회사가 진행하는 대규모 회의를 두고는 “시간을 낭비하며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회의 도중 퇴장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테슬라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8년 테슬라는 머스크에게 회사를 10년간 더 맡기는 대신, 연봉과 같은 고정급여를 없앴다. 대신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650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의 성과를 낼 경우 168만주를 스톡옵션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22일 오전 11시 기준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4188억달러로 나스닥 7위를 달리고 있다. 회사가 머스크에게 이 같은 제안을 하던 2년 전 시가총액은 650억달러 수준이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이 같은 행보를 봤을 때, 22일 오후(현지시각) 열릴 배터리데이에서 심상치 않은 발표가 등장할 것은 분명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의 자체 생산 가능성, 성능 개선, 가격 하락 등을 중점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 “테슬라가 이번 배터리데이로 시장에 자극을 줘,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고체 배터리’ 양산하나…“기술 선점 선언에 집중해야”

먼저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 이온이 지나가는 길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화재 위험성이 낮다. 또 단순한 구조로 용량을 높이기 쉬워,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기술개발 단계에 있다. 오는 2027년 상용화가 목표다.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할 경우 세계 배터리 시장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수준이라 평가받는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가 배터리데이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 개발의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선언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한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의 개발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6일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인 ‘일렉트렉(Electrek)’은 테슬라가 자체 생산한 새 배터리 셀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렉트렉은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했다면서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 새로운 배터리 셀을 공개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사진=유안타증권
사진=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개된 테슬라의 인-하우스 배터리는 기존 테슬라 배터리 대비 직경이 2배 이상(21mm→40mm) 넓어졌다”며 “배터리 셀의 대형화는 공간 활용성과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열 관리와 안정성 측면에서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배터리에는 최근 테슬라가 특허를 출원한 탭리스(Tabless) 기술과 맥스웰 테크놀로지의 건식 전극 공정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탭리스 기술은 면 전체를 도체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 ‘로드러너’ 프로젝트 촉각…테라팩토리 부지 노출?

다음으로 주목받는 것이 배터리 자체 생산이다. 일명 ‘로드러너(Roadrunner)’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머스크는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시 당국에 소형 배터리 셀 공장 개조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건식 전극 제조공정을 소유한 ‘맥스웰 테크놀로지’와 배터리 셀 제조 기술을 보유한 ‘하이바 시스템’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자동 생산 설비 제조업체, 반도체·전자기기 및 자동차 자동화 설비업체를 인수하는 모습 등을 통해 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연구원은 "테슬라가 인수한 하이바 시스템은 전해액 고속 충전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공정 속도를 끌어올리는데 특화돼 있다"며 "모듈 제조 공정을 제거한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공개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배터리 제조 공장인 기가팩토리 소개에서 “기가팩토리의 생산량이 증가하면 규모의 경제, 혁신적 제조, 폐기물 감소 그리고 하나의 공장에 대다수 제조 공정이 집약된 단순한 최적화를 통해 배터리 셀 원가가 대폭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가동 중인 배터리 제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확장한 ‘테라팩토리’를 세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LG화학에 이어 올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로 공급선을 확장해 이들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거나 제조 중이다.

지난 5월에는 텍사스주 후토(Hutto)에서 테라팩토리의 부지로 추정되는 곳이 구글 맵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 같은 이름의 추정 주소지는 오스틴(Austin)으로 이동한 상태다. 이곳 바로 옆에 기가팩토리 5 공사 신축 예정지가 위치해 있다.

사진=구글지도 갈무리
사진=구글지도 갈무리

■ 일론 머스크 “협력사 배터리 더 사들이지만…우리 스스로 행동할 것”

이날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협력사의 배터리를 더 사들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우리는 파나소닉과 LG화학, CATL과 같은 협력사로부터 배터리 구매 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우리 스스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배터리 공급사들이 최대한의 속도를 내더라도 2022년 이후에는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썼다. 자체적인 배터리 개발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고 적용하는 배터리 내재화를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기술을 소개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존 '코발트 프리' 배터리로 불리는 LFP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 밀도를 보완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가 이날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머스크가 생산 환경의 불안정성과 환경 파괴 등으로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선호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 가운데 NCMA 배터리를 양산할 기술을 가진 곳은 LG화학이 유일하다.

머스크는 이 밖에도 전기 트럭 '세미', '사이버트럭', '로드스터' 등의 장기 생산에 영향을 줄 중요한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다만, "2022년까지 다량의 생산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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