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 회원만 2만명 책카페 매니저
노선영 회원만 2만명 책카페 매니저
  • 북데일리
  • 승인 2006.05.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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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네이버 책읽기 카페 매니저 노선영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MBC 느낌표에서 방송했던 책읽기 캠페인의 제목이 아니다. 회원 수 2만여명을 자랑하는 네이버 최대 책읽기 카페‘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http://cafe.naver.com/readbook.cafe)’이름이다.

`따끈따끈 새 책` `나와 책과의 약속` `추천해주세요` `힘들고 외로울 땐` `책 이름 끝 말 잇기` 등 개성 넘치는 게시판들은 매일 올라오는 회원들의 글로 북적거린다. “이런 책 추천해주세요” “이럴 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등 이른바 ‘맞춤형’ 게시판들은 어느 하나 누락되는 것 없이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

개성 있는 게시판들을 모두 직접 만들었다는 운영자 노선영(25)씨는 자신을 ‘카페 매니저’ 라고 소개했다. “입사한지 일주일밖에 안 돼 정신이 없다”는 사회 초년생, 카페 운영자 노선영씨를 만나 거대 책읽기 카페의 운영 비결과 책과 책읽기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참견 못하면 못 견디는 성격”

“원래 참견하는 걸 좋아해요. 회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이런 코너도 만들었으면 좋겠고 저런 코너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거든요”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아이디어도 많다는 노씨. 카페의 1대 운영자 ‘하안약마’ 에게 2004년 1월에 운영자 자리를 위임받았고 같은 해 8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카페를 양도 받았을 당시 회원이 6천명이었던 사실을 떠올려 보면 2만명이 넘는 지금의 회원수는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좋아하는 아버지로 인해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한 노씨는 도시공학을 전공했지만 중,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보다는 문학을 좋아하는 문학소녀였다. 좋아하는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와 공지영. 여성작가들의 문체는 글로 맛을 내는 듯한 느낌이 나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특히,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에쿠니 가오리를 매우 좋아한다.

잊지 못할 책으로는 양귀자의 <모순>을 꼽았다. 고교 시절 읽었던 <모순> 책에 대해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에요. 회사에서 마케팅 분야 숙제를 내줬는데 얼마 전 읽었던 <스타벅스 감성마케팅>(넥서스. 2003)이 큰 도움을 줬거든요. 책은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후일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노 씨는 장사에 도움이 될 ‘마케팅’ 분야 책도 즐겨 읽는다. 독서를 생활에 활용하는 실속파독자인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책 활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책을 읽다 좋은 구절이 있으면 즉시 연습장와 펜을 가져와 메모해요. 그리고 그 문장을 일기장, 친구에게 주는 편지, 웹에 적극적으로 인용해요. 책은 저에게 생활 자체에요”

“2만 명 카페 비밀병기는 ‘맞춤형 게시판’”

“회원으로 활동 할 때 게시판에 대한 불만이 많았어요. 특정 분야나 상황에 필요한 책을 찾고 싶어도 그런 기능을 하는 게시판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답답했어요”

노 씨는 기분, 연령, 상황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는 ‘맞춤형’ 책 추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권에 만원이 넘는 책도 많은 요즘 돈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책 구입은 여전히 부담스런 문화생활 중 하나라고 전했다. 큰 맘 먹고 구입한 책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허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책 추천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맞춤형 게시판을 만드는데 주력했고 결과는 무척 좋았어요. 모든 게시판이 활성화 됐고 참여도는 점점 높아졌어요. 아무리 회원이 많아도 글을 읽고만 나가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커뮤니티는 죽게 돼 있어요”

맞춤형 게시판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서로 읽은 책을 추천하고, ‘상황별’ ‘연령별’ 맞는 책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회원들은 만족감을 느꼈다. 자발적인 게시판 참여가 원활히 이루어졌다.

노씨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게시판은 ‘책과 나와의 약속’이다.

“매달 미션이 주어져요. 이 달에는 이런 책을 같이 읽자. 몇 권 읽기로 하자, 결국 책과 자신과의 약속을 혼자 하면 지키기 어려우니 공개적으로 드러내 동기부여를 주자는 것이 목적이에요”

독서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만든 게시판 반응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작심삼일에 무너지고 마는 의지 약한 독서로 고민 중인 이들은 의외로 많았다. 회원들은 ‘책과 나와의 약속’의 빈 공란을 꾸준히 메워가며 독서에 대한 결의를 다졌고 서로를 격려, 응원했다.

“이벤트진행에도 원칙이 있다”

많은 회원을 자랑하는 카페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벤트’가 원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노 씨 역시 이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 관련 카페이니 만큼 신간홍보를 하기 위핸 출판사들의 이벤트가 자주 펼쳐진다.

신간 출간 전 일정 분량의 책을 지원하고 온라인 서평을 정성스레 써 줄 독자를 찾는 것이 신간 이벤트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이다. 이때, 책 받을 회원을 뽑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운영자의 몫이다.

“직장인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이유로 읽지 못하는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려고 노력해요. 신청 리플로 독서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없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거든요. 최대한 객관적으로, 공을 들여 서평을 써 줄 수 있는 분들, 책을 좋아하지만 구입해 볼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 책을 제공하는 것 역시 저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노 씨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순수한 목적으로 모인 카페이니 만큼 출판사 홍보의 장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 출판사, 한권의 신간 홍보를 원칙으로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달에 수십 권의 신간을 내는 출판사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이 많은 책을 모두 홍보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달에 단 한권을 내더라도 정말 좋은 책, 독자가 원하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도 있기 때문에 고른 기회를 주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책 읽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원칙을 가진 카페 운영자 노씨가 바라는 이벤트는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다. 우연한 계기로 인연을 맺은 <제발 이런 남자 만나지 마라>(흐름출판, 2006)의 저자 김지룡씨와의 만남 이후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 졌다.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글로 작가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생각으로 그런 글을 쓰게 됐는지 의도를 듣는 과정은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일이에요. 책을 주고 서평을 쓰는 이벤트도 좋지만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 같은 이벤트도 좋은 것 같아요. 기회가 있다면 회원들을 위해 꾸준히 이런 이벤트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에요”

독서 동기 부여를 제 1원칙으로 하고 있는 카페 운영자답게 노 씨는 작가와 저자와의 만남을 좋은 이벤트로 꼽았다.

“책 기증 운동 꼭 하고 싶어요”

노씨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책 기증 운동’을 꼭 해보 싶다고 전했다.

“아산 병원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잠깐 한 적이 있는데 하루 종일 병원에 있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컴퓨터와 오락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의 병간호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어머니, 아버지들을 위해 놀이거리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을 모아서 기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회원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지만 기회가 닿는 다면 그런 책기증 운동을 꼭 해볼 계획이에요”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한 줄의 글, 한권의 책이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운영자의 선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외에 좋아하는 책을 서로 주고받는 ‘북크로싱’ 운동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질릴 때 까지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노 씨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답게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DMB 방송 ‘북채널’의 고정 패널로 6개월간 활동했고. 네이트 모바일 스토리 공모전 1차 심사위원도 했다. 현재는 살아있는 지식체험 `IEUB(http://www.ieub.com/)`에서 `책 읽어주는 여자`로도 활동 중이다.

일체의 홍보 없이 자생적으로 회원수가 늘어난 카페라는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노 씨는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 까지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한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만큼 시간에 쫓기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카페 운영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노씨. 환한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카페 홍보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열심히 활동해주시는 회원분들께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 카페에 한번쯤은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착하신다면 물론, 대환영이에요”

(사진 = 1. 카페 매니저 노선영씨, 사진 = 2. <공중그네>의 `여류작가` 중 한 대목과 신비스런 사진이 어우러진 카페 초기화면이 눈길을 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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