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 목전... 상한제가 부른 역설
'강남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 목전... 상한제가 부른 역설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9.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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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아크로리버파크, 3.3㎡당 9992만원...강남권 1억원 고지"
"분양가상한제가 기름 부은 격...달아오른 집값에 상한제 향배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이달 중순 23억98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이달 중순 23억98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엄포에도 불구, 서울 강남권 아파트 1억원 시대가 목전까지 왔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중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23억9800만원에 매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3㎡당 9992만원으로 사실상 1억원인 셈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가 3.3㎡ 당 1억원대에 거래됐던 것을 제외하면, 일반아파트로서 1억원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돌았던 ‘1억원 돌파설’이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당시 일대 부동산에서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가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국토부가 조사에 나선 결과, 결국 헛소문인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이미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호가가 26억원까지 오르면서 강남권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아크로리버파크의 몸값이 뛴 배경으로 금리 인하, 풍부한 시중 유동성 등을 꼽고 있으나, 이 중에서도 분양가상한제가 ‘결정타’였다고 분석한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공급 축소 우려로 신축 단지의 강세가 뚜렷해져서다.

이러한 현상은 아크로리버파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대 신축 단지들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3.3㎡당 1억원’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는 27억7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3.3㎡당 8393만원으로, 현재 호가는 28억원선이다.

최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27억5000만원에, 59㎡는 21억7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59㎡는 19억5500만원,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도 19억1000만원에 각각 거래되며 20억원 문턱까지 올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대로라면 분양가가 1억원인 아파트가 나올 것 같아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대로라면 분양가가 1억원인 아파트가 나올 것 같아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신축 강세에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정부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어서다.

지난달 2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배경에 대해 "고분양가가 강남 재건축 단지로 몰리는 수요의 원인이고, 이것이 전체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천 민간택지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3.3㎡당 4000만원에 이르렀다"며 "이는 강남에서 6000만원, 8000만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고, 시세가 1억원이 된다는 것인 만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한 달여 만에 시세 1억원 아파트가 등장하자, 업계에서는 ‘규제의 역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신축 단지에서 두드러졌던 상승세가 재건축 단지 전역으로 번지면서 역풍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부동산 안정화는 커녕 오히려 오른 강남권 집값에 정부도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 시기를 두고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달 중 상한제 확대를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서울 집값 상승세로 상한제 적용이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과 상한제 후폭풍 우려로 쉽사리 서두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 인위적인 가격 통제보다는 수급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면서 기존 아파트 몸값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며 “근본적인 수급불균형보다 인위적인 통제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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