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불륜'도 비즈니스 아이템
일본에서는 '불륜'도 비즈니스 아이템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2.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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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불륜'도 비즈니스 아이템

 

재일교포작가 유미리(38)의 에세이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민음사. 2000)는 유미리식 감성사전이다.

 

유미리는 이 책의 원천자료가 된 자신의 단어장에서 바탕어를 뽑아 단답식 정의와 논술식 용례를 첨부했다.

 

'둘(two)'에 대한 유미리식 정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연애, 세 사람이면 불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면 종교"라고 한다.

 

이 기발한 설명 중 세 사람이 사랑하는 관계, 즉 '불륜'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급성장과 함께 국내에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유명한 모 동창모임사이트를 두고 한 벤처투자자가 '불륜사이트'로 빗대 말해 화제가 된 것처럼 '불륜'은 드라마 소재뿐 아니라 엄연히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세 사람의 사랑'이다.

 

도메인 섹스닷컴(SEX.com)이 1400만달러(한화 약140억원)에 팔릴 정도로 인터넷에서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 아이템 중 하나가 '성(性. sex)'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성과 관련해 '불륜'을 테마로 한 인터넷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개설되고 있다. 독신남여와 기혼남여, 연령대와 커뮤니티 별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보면 인기랭킹 사이트가 70개를 훌쩍 뛰어 넘는다.

 

불륜수기와 일기, 체험담을 비롯 칼럼, 고민상담, 성트러블 카운셀링 등이 주된 콘텐츠이지만 일부 사이트는 커플 만남을 주선하거나 묻지마 여행을 소개하기도 한다. 

 

2002년 1월 개설된 일본의 유명 불륜커뮤니티 사이트 '불륜노트북'(http://furin.biz)은 '불륜도 연애'라는 슬로건으로 300만명의 불륜경험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실제 불륜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막막한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불륜 경험자의 고민상담이나 숨겨진 이야기를 서로 털어놓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로 불륜에 대한 혐오감이나 불륜남여를 향해 인격적인 모독을 주는 네티즌은 이용을 삼가토록 하고 있다. 또 불륜 상대자를 물색하거나 매춘상대를 찾는 사람들도 배제한다.

 

콘텐츠는 불륜수기를 메인으로 불륜남녀에게 묻는 100가지 질문을 통해 현상황에 이르게 된 계기와 어려움, 앞으로의 문제해결 방안을 네티즌들과 공유한다. 철저하게 익명성을 보호하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채팅방과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불륜이미지가 있는 유명인사' '불륜관련 추천서적' '불륜에 어울리는 음악' '불륜소재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 등을 조사한 불륜리서치와 책 <불륜이라 불린 아내의 사랑>의 저자 가와카미 스미에(川上澄江)가 보충취재를 위해 마련한 불륜앙케이트에 경험자들의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또 '불륜재판' 코너에서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불륜이나 들은 이야기,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익명으로 공개하면 참가자들이 투표를 통해 유무죄 여부를 '판결'한다.

 

'불륜'이 주는 화제성과 맞물려 일본 성인문화의 새로운 커뮤니티로서 일단 수백만명이 관심을 갖고 접속하는 사이트이다 보니 그 시장성에 눈독을 들여,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내는 관련 비즈니스가 나타나고 있다.

 

성인용품은 물론 관련잡지와 책, 관광 및 여행가이드, 모바일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회원을 대상으로 한 가격비교사이트, 인터넷쇼핑몰 등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성인 문화나 성관련 커뮤니티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 자체를 꺼리는 이중성이 팽배해 있는 현실에서 일본처럼 성인놀이문화, 성과 불륜을 소재로 한 인터넷 비즈니스는 어렵다.

 

대신 전통적인 가족형태의 변화를 맞은 시대에 맞춰 부부간의 성트러블, 연애 및 불륜 상담, 이혼 카운셀링 등 성인관련 콘텐츠를 블로그와 커뮤니티, 인터넷사이트 구성 내용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인터넷 뿐 아니라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수단에 맞는 한국형 성인문화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 개발한다면 '건전한 성인문화'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영욱 재팬엔조이 대표] www.japanenjoy.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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