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보 팀장 12만이 열광한 괴짜경제학 힘
김형보 팀장 12만이 열광한 괴짜경제학 힘
  • 북데일리
  • 승인 2006.02.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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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 뒷담화]<괴짜경제학> 웅진지식하우스 김형보 팀장

“시카고 남부의 한 도로,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미국에서 가장 영리한 젊은 경제학자(적어도 선배 학자들이 보는 바로는 그렇다)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6월 중순의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나이 많은 부랑자 하나가 다가왔다. 그가 들고 있는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불쌍한 노숙자에게 적선을!”

그는 6월에 입기에는 너무 두꺼워 보이는 해진 재킷을 걸치고 머리에는 때 묻은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경제학자는 자동차 문의 잠금장치를 누르지도, 차를 앞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잔돈을 찾아 주머니를 뒤지지도 않았다. 그저 지그시 지켜 볼 뿐이었다. 잠시 후 노숙자는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주 멋진 헤드폰을 끼고 있군요, 제 것보다도 훨씬 좋은 헤드폰이에요. 저것만 빼면 훨씬 더 노숙자 같아 보일 텐데”

백미러에 비친 부랑자의 뒷모습을 좇으며 경제학자가 말했다. 스티븐 레빗은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물론 다른 경제학자들과도 다르다. 이는 경제학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장점이 될 수도, 혹은 골치 아픈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 - 2003년 8월3일자 NYT(뉴욕타임즈)매거진

웅진지식하우스는 이 한편의 글에 끌려 스티븐 레빗의 처녀작 를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Freakonomics’ 의 ‘Freak`은 우리말로 ’이상, 변칙, 기형, 변종‘ 등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발적인 단어였지만 망설이지 않고 스티븐 레빗(사진)의 새로운 시선에서 잠재성을 발견했다.

1967년생으로 하버드대 출신에 MIT박사학위, 미국의 `예비 노벨상`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그리고 2003년 포춘지 선정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 중 한 사람이자 시카고대 교수인 젊은 경제학자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책은 미국에서 출간직후 30주 넘게 부동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교보문고와 네이버가 선정한 ‘2005 올해의 책 10선’ 중 대중경제서 분야에 선정됐으며, 2005년 6월 출간이후 12만부가 팔렸다.

일반적인 경제학적 관점을 통렬히 비튼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 2005)의 기획, 편집을 담당한 웅진지식하우스 인문교양팀 김형보 팀장(35)은 “NYT에 실린 한편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스티븐 레빗의 매력적인 주제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기심으로 불타는 이 낯선 경제학서가 어떻게 한국출판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했는지 그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이처럼 새로운 경제학 책은 처음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은 수학, 경제지표, 세금 보다 일상생활에서 갖는 사소한 호기심과 사회적인 이슈의 고리를 발견해 낼 줄 아는 천재 학자다.

스포츠, 범죄, 대중문화 모든 영역을 섭렵하는 이 팔방미인 경제학자를 발견한 웅진지식하우스는 웅진출판, 웅진닷컴으로 알려진 웅진그룹의 출판 브랜드다. 크게는 ‘문학과 교양, 실용과 무크’로 나누어져있다. 인문교양팀의 김 팀장은 올해로 출판경력 8년째를 맞는다. 한번도 ‘외도’ 하지 않은 오랜 웅진인으로서 자신이 만들었던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같은 책의 질문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많은 책을 만들어 왔지만 경제학자가 던지는 질문치고는 너무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 팀장이 말한 <괴짜 경제학>의 매력은 200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만난 한 에이전시의 추천으로 처음 접할 수 있었다. 이후 저자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내 기사들을 찾아 본 결과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팀장은 책이 미국 출간 이후 큰 관심을 받자 이것이 세계적 트렌드 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 출간을 위해 최고의 번역자 안진환씨를 섭외했다. 지적 독자층이 읽었을 때 한 치의 오류도 없어야 했기에 최고의 스텝진을 구성했다.

“원고가 매우 특별했어요. 이슈를 대하는 전투적인 태도도 마찬가지였구요. 원고를 보며 좋은 결과를 예상했습니다”

김 팀장의 자신감은, 특별한 원고와 세심한 번역으로부터 출발했다.

기자들이 먼저 알아본 책

책의 홍보, 기획은 언론의 소개와 추천, 신문에서 잘 ‘인용’ 될 것이라는 확신을 중점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추천도 책을 알리는데 한 몫을 했다. 1~4주에 걸친 치밀한 단계별 기획이었다. 오프라인 이벤트로는 책의 이미지를 사용한 ‘티셔츠 마케팅’을 진행했다. <괴짜경제학>의 공식 블로그에서 김 팀장이 직접 발견한 이벤트였는데 이 역시 반응이 좋았다.

“기자분들이 먼저 알아본 책이에요. 무엇보다, 신선했기 때문이죠. 각종 언론에서 앞 다투어 전면에 소개 되며 각광을 받기 시작했죠”

김 팀장은 책의 성공을 언론의 조명으로 돌렸다. 이로 인해 출간 2주차가 되자 전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안에 전격 진입했다.

뒤통수를 치는 충격이 매력

그는 10만이 넘는 독자가 책을 선택한 이유로 ‘뒤통수를 치는 충격’을 꼽았다.

“마약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등의 이색적인 질문이 경제학서적을 좋아하는 고정 독자층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괴짜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많은 회의를 거쳐 괴짜경제학이라는 제목을 선정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 합니다”

흡족함만큼 `괴짜‘라는 단어로 해석된 제목 ‘Freak`은 친근한 느낌과 새로운 느낌이 조합돼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좋은 저자를 만날 수 있는 특권

김 팀장은 출판이 자신의 적성에 꼭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은 저자와의 만남은 편집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권’ 이라고 자랑한다.

“외서를 맡을 때는 빨리 세계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니까 누구보다 새로운 것을 빨리 접할 수 있다는 점, 좋은 저자를 만나고 멀리는 친구까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제 일의 가장 큰 특권 같아요”

책을 만드는 일은 그에게 기쁨이다. 이덕일, 이윤기, 정재승과 진중권 등 역량 있는 저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지적세계를 훔쳐보는 즐거움은 일의 보람과도 맞물린다. 또한 독자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는 일이란...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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