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 한페이지 소설 전국민 작가화
서진 한페이지 소설 전국민 작가화
  • 북데일리
  • 승인 2006.02.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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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학전문 무가지 ‘보일라(VoiLa)’ 발행인 서진

싸이월드(대표 유현오)가 2004년 10월에 시작한 서비스 ‘페이퍼’는 1인 매거진이다. 개인의 일상이 담겨지는 미니홈피와는 달리 전문가적 지식과 정보를 담을 수 있는 1인 미디어를 표방한다. 이중 돋보이는 페이퍼 ‘한 페이지소설가(http://paper.cyworld.com/1pagestory)’ 는 ‘나도 1인 편집장’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1천만 싸이월드 회원들의 큰 반응을 얻어 낸 페이퍼 시장 안에서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뚝 선 남자 서진(32). 대부분의 페이퍼 발행인들이 여행후기, 영화평, 드라마, 스타 등의 보편적 관심사를 써내고 있을 때 그는 ‘한 페이지 소설’을 들고 세상에 나왔다.

‘한 페이지 소설가라 불러다오’

한 페이지 소설 운영자인 서진씨는 첫 작품 <채리>를 쓰면서 창작을 시작했다. 한 페이지 씩 따로 구성한 70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한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누구나 한 페이지로 간단한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2003년 4월 홈페이지(http://www.1pagestory.com)를 통해 투고를 받아 당선작을 내기 시작했다. 이 야심찬 기획은 싸이월드 페이퍼 서비스 오픈 전에 역할모델로 선정됐다. 문화, 예술 분야의 공식 페이퍼로 발행을 시작한 한 페이지 소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생각지 못한 많은 이들이 앞다퉈 한페이지 소설을 투고 했고 그는 당선작을 내느라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 페이지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응모작 게시판에 한 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쓰면 된다. 단, 당선 여부는 서진씨와 기존 당선자들로 구성된 에디터들의 토의를 통해 결정된다.

“처음에는 고등학생 이하 청소년들의 투고는 받지 않았어요. 그러나 나이를 속이고 투고해서 당선된 한 중학생의 작품을 본 후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후부터는 나이 제한 없이 투고를 받고 있어요”

서진씨의 말처럼 한 페이지 단편소설에는 다양한 연령대 작가들의 작품이 투고 되고 있다. 낭독회와 픽션워크샵을 통해 오프라인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공학도에서 출판 발행인이 되기까지’

서진씨는 본디 작가지망생이 아닌 공학도였다. 1998년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진학하며 이메일 매거진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해피레터’라는 웹진을 시작한 것이 네티즌과의 첫 소통이었다. 사연을 읽고 편집하다 보니 자연스레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글쓰기의 차이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페이지 분량에 대해 “누구나 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분량이 한 페이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면 한 페이지에 이야기를 담는 일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중요한 것은 당선이 된 분들이나, 저 모두 그 이상 분량의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한 페이지에 만족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라고 말하는 서진씨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즐기는 전업작가이자, 책을 만드는 출판인이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2002년 3월 부산에서 창간된 무가지 ‘보일라(VoiLa)’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보일러는 부산과, 서울의 클럽, 전시장을 중심으로 배포되며 개성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아티스트, 인디 뮤지션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한 페이지 단편소설도 싣고 있다. 벌써 41번째 발행이다.

100편의 당선작이 모아지면 책으로 내겠다는 생각을 2004년 <한페이지 단편소설 100>, 2005년 <한페이지 단편소설 200>으로 옮기기까지의 어려움을 그에게 물었다.

“다행히 편집과 디자인을 독자와 작가분들이 도와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4월 300번째 작품집도 나올 예정입니다. 그 사이 작가들의 테마 작품집이나 장르별 한 페이지 단편소설도 나왔어요. 저는 아직까지 상업적인 기획자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설가로써, 잡지발행인으로써,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써 한 페이지 단편소설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형성된 인적네트워크가 출판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즐겁게 책을 만들었다.

‘모든 인터넷 소설가가 귀여니는 아니죠’

온라인 투고를 받아, 책을 만들고 있는 서진씨는 요즘의 온라인 글쓰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황우석 사건을 둘러싼 네티즌 공방에서 특정 인물의 우상화, 몰아세우기, 토론의 부재 등을 발견하며 익명글쓰기의 다양한 방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인터넷 소설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도 드러냈다.

"인터넷 소설이 모두 귀여니식 연애 소설은 아니에요. 작품마다 팬층을 갖고 있고 온라인 작가들도 각자의 철학을 갖고 있어요. 인터넷 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 전체를 폄하하는 것은 편견이죠. 한 페이지 소설이 오프라인 문학과 온라인 소설의 간극을 메우게 될 꺼에요”

‘부담 없이 투고해주세요’

서진씨는 현재 <김광석 프로젝트>, <장르별 한 페이지 단편소설 로맨스>, <한페이지 단편소설 300> 등의 발행을 준비 중이다. 작년부터 시작한 장편소설 <웰컴투더 언더그라운드>도 집필 중이다. 뉴욕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려 지하철에서 목숨을 연명하는 한 남자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름과 가을에 걸쳐 뉴욕에서 생활하며 집필에 몰두 할 예정이다.

서진씨는 소설가로서의 다음과 같은 다짐도 밝혔다.

“소설은 자신의 생각과 인격을 고스란히 외부에 내놓는 일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그만큼 뿌듯한 작업입니다. 제품이나 프로그램에도 인격을 담을 수 있지만 글만큼은 아니죠.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고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떨어졌다면 실력 부족이 아니라 ‘자신과 에디터들의 실수’라고 하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당히 한 페이지 소설가에 도전해 볼만 하지 않을까.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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