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없이 예뻐지는 법 "자신에 대한 관심"
수술없이 예뻐지는 법 "자신에 대한 관심"
  • 북데일리
  • 승인 2006.01.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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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뷰티 마니아> 손글씨 직접 쓴 `미디어2.0` 이현수 편집장

웹 서핑 중 노튼의 팬클럽(`http://blog.naver.com/nortoncat`)이라는 블로그를 방문하게 됐다. 혹시... 피터 게더스의 그 ‘노튼’? 예감은 적중했다.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미디어2.0. 2003), <파리에 간 고양이>(미디어2.0. 2003),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미디어2.0. 2005)의 노튼을 좋아하는 팬클럽이었다. 블로그를 보다 보니 운영자가 책을 만든 미디어2.0의 편집부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 됐다. 결정적 단서는 이 문장이었다.

“저 그림 속 한글 보이시나요? 제가 다 손으로 직접 썼습니다요. 세권 다 합치면 거의 2천300페이지 분량. 이것 땜에 디스크 걸린 건 아닐까요? 산재 신청할거야!”

<뷰티 마니아>(미디어2.0. 2006) 그림 컷과 함께 쓰여 있는 이 말은 놀라웠다. 어떤 편집자이길래 2천300페이지 분량의 글을 손글씨로 썼을까. 혹시 한국의 안노 모요코?

블로그 운영자가 궁금해졌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베일 속 인물이 영화주간지 필름2.0 편집위원이자 미디어2.0의 편집장인 이현수씨라는 사실을 알고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이제 겨우 3년차인 걸요...” 출판 경력은 얼마 안됐다며 수줍게 웃는 이현수 편집장과 함께 재미있는 <뷰티 마니아> 제작기를 들어봤다.

“주간지에 비하면 출판은 호흡 길어”

“요즘 출판 생명주기가 짧다졌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3년 동안 숨차게 매주 주간지 마감을 했던 때에 비하면 오히려 지금은 호흡이 길게 느껴져요.”

이현수 편집장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후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영화를 향한 열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영화잡지 월간 프리미어로 자리를 옮겨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주간지 필름2.0의 편집장을 거쳐 2003년, 지금의 미디어2.0 출판사업부 편집장으로 옮겨왔다.

미디어2.0은 필름2.0을 모체로 한다. 온라인 사업으로 시작해, 영화 주간지 필름2.0, 월간지 DVD2.0을 발행하고 있는 이곳에서 이현수 편집장은 단행본을 만드는 출판사업부에서 일한다. 미디어2.0에서 만드는 책은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자사광고’라 할 수 있는 주간지 필름2.0 지면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뚝심`의 편집장은 출판계에 발을 들여다 놓은지 이제 3년차, “미디어2.0만의 색이 묻어나는 책 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겠어요.”라며 조용한 바람을 들려준다.

미디어2.0이 2006년 첫번째 작품으로 낸 <뷰티 마니아>의 작가 안노 모요코는 일본의 유명 여류만화가다. <해피 매니아> <젤리 인 더 메리고라운드> <젤리 빈즈> 등 많은 히트작을 낸 안노는 잡지 ‘VOCE(보체)’에 수술없이 아름다워 지는 비법을 담은 ‘뷰티 마니아’ 를 연재하며 실제로 점점 예뻐지기 시작했다. 수술을 받거나 무리한 다이어트 약을 먹는 대신 생활 습관을 변화시킨 덕분이었다.

“작년 사진 보면 다 촌스럽지 않나요? 미용법이나 패션도 다 트렌드잖아요. 그래서 안노 모요코의 지금 모습이 더 예뻐 보일 수 있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미모의 비결이죠. 거절도 잘 못하는 성격이라 한달에 그림을 몇 백장을 그리면서도 예뻐지려고 하는 욕망은 잠시도 놓지 않았다고 해요.”

이어 이현수 편집장은 열렬한 안노 모요코의 팬이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해피 매니아>, <젤리빈즈> 등 모두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솔직히 안노 모요코 만화는 소녀취향이 아니에요. 당시 분위기와는 분명 다른 개성이 있었어요. 사랑을 해도 굉장히 독특했고, 중요한 것은 이 만화가 의 작품속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패션바이블처럼 패션이나 악세사리들이 매우 트렌디했다는 사실이에요, 지금은 일본의 패션리더처럼 됐다고 해요. 실제로 안노 모요코 스타일을 많은 일본 여성들이 따라한다는 말도 들리고요.”

이현수 편집장은 일본 출장 때 한 서점에서 <뷰티 마니아> 3권을 발견했다. 작가의 팬이었기도 했고 단숨에 넘어가는 재미있는 내용에 반해, 구매했다. 귀국해 국내 판권을 알아 본 결과 1,2권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었다. 저작권사와 3권을 다 만드는 조건으로 계약 한 후 1,2,3권 모두를 만들게 됐다.

“<뷰티 마니아> 손글씨 모두 제가 썼죠.”

“만화는 블랙 필름을 빼면 공간이 남아 거기다 한글을 넣으면 되는데 <뷰티 마니아>는 4도 필름에 일어글자가 입혀 있어요. 그래서 공간을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그걸 들어내면 배경색이 다 없어지니까. 결국 배경색은 컴퓨터로 다시 입히고 그걸 프린트해서 제가 글씨를 다시 써서 화면에 띄운 뒤 합성했죠.”

그 분량이 1,2,3권 모두 다해 총 2천300페이지에 달했다. 디스크증세까지 올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글자를 폰트를 이용한 컴퓨터 작업을 통해 입힐 수는 없었는지 물었다.

“원래 안노 모요코가 손으로 썼기 때문에 비록 제가 글씨를 잘 쓰진 못하지만. 손글씨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폰트작업으로 하면 할 수 도 있었겠지만 직접 쓰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1권은 정말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속도도 좀 붙고 요령도 생기던데요.”

이현수 편집장은 1권은 너무 못썼다며 부끄러워했다. 2권, 3권을 더해가면서 글씨는 조금씩 나아졌다. 그녀에게 이번 책은 원작의 ‘맛’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손글씨 작업을 해 낸 각별한 책이다. 직접 일본서점에서 발견했던 책이기도 하도 매장 자신의 손이 직접 새겨 진 작업이기 때문이다.

“미디어2.0은 문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책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에요. 영화잡지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영화와 관련된 책이면 좋겠지만 문화전반의 이해를 돕는 책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딱딱하지 않은 느낌이었으면 좋겠고요. 영화와 문화에 각각 양발을 걸치고 재미있게 노는 책, 그게 미디어2.0이 만드는 책이에요.”

이현수 편집장은 <뷰티 마니아>가 ‘거짓 없이 다가가는 책’이라고 말한다. 정보 제공보다는 작가가 직접 체험한 내용들로 효과가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별로라고 생각되면 별로라고 말하는 솔직함이 매력이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여자, 외모는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으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본 열정과 노력이 참 예뻐 보여요.” 라고 말했다.

“영화는 열정, 책은 세상을 보는 눈”

마지막으로 영화와 책의 의미를 묻자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영화가 평생 꿈꿔왔던 일이고 나의 열정이라면 책은 마음의 안정을 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준 존재 같아요. 그래서 출판에서 매력을 느껴요.”

앞으로 미디어2.0의 느낌이 들어간 조금은 특별한 아동서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이현수 편집장. 새벽을 맞으며 써내려간 안노 모요코의 ‘말’이 "한국의 여성들을 건강미인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센스 만점 편집장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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