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을 잘 쓰는 기업이 성공?
‘촉’을 잘 쓰는 기업이 성공?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18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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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적 감각 ‘촉’ 색다른 견해 제시한 책

[북데일리] <촉觸>(가디언.2012)은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이다. 촉(觸, 닿을 촉)은 문자 그대로 닿거나 느끼는 감각을 뜻한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촉’이란 조금 다른 영역의 뜻이 있다.

책에 따르면 촉은 뇌가 없는 하등동물이 환경 변화를 몸으로 직감하듯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감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촉은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인 동시에 빠른 변화를 직감하는 힘인 것이다.

책은 ‘촉’의 중요성을 기업의 경영방식을 통해 증명한다.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비롯해 새롭게 부상한 의류브랜드가 있다. 일본 의류업체인 유니클로이다. 가격이 그리 싸지도 않은데 세계 곳곳에 대형 매장이 들어섰다. 그들의 성공비결이 뭘까.

저자는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트렌드를 읽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패스트 패션이란 시장 반응에 따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테면 과거의 의류업체는 시즌 전에 트렌드를 예측해 상품을 준비하는 기획생산을 했다. 이에 반해 패스트 패션의 생산방식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20퍼센트 정도의 의류를 생산 후 시장 변화를 감지해 수요에 따라 생산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유니클로의 이런 성공에 대해 ‘촉에 따른 반응’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와는 상반되는 기업의 사례도 소개했다. 바로 아날로그의 대표주자 ‘소니’의 경우다. 책은 소니는 디지털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너무 철저하게 대비했고 앞서 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소니의 이데이 사장은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를 미리 예측해 1990년대 중반 미리 10년을 내다보고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소비자들이 원하는 영화와 음악, 게임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소니의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첫 단계를 설정했다.

이어 연결된 제품과 서비스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두 번째 단계와 세계의 각 가정에 소니 제품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소니는 자체적인 음악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존 mp3 플레이어는 활용할 수 없는 공유가 쉽지 않은 독자적 포맷을 고수했다. 소비자들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서비스였던 것.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책은 소니사의 사례처럼 너무 치밀한 계획은 시대를 앞서나가고 결국 소니사처럼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에 집착하다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전했다. 한 마디로 계획경영 신봉은 현실의 흐름을 읽어내는 눈을 가린다는 말이다.

책은 파괴적일 정도의 소비의 시대에 ‘촉’을 잘 쓰는 기업이 성공할 거라 주장한다. 또한 이 촉을 활용할 때 개인의 영달도 꾀할 수 있다는 것. 하나의 선택에만 집중하면 앞으로 더 다양해지는 풍부성에 대처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잠재되어 있는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색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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