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은 괜찮은가요?
당신의 시간은 괜찮은가요?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0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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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덫에 빠진 현대인의 자화상 그려

[북데일리]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갈 길을 아는 것과 그냥 걷는 것의 차이를.”

영화<메트릭스>에서 모피어스의 대사다. 어찌 가야 하는 걸 알고 가는 것과 그냥 생각 없이 걸어가는 것의 차이를 뜻한다. 이를 삶에 적용시키면 어떨까. 신년이 코앞인 상황에서 올해를 돌아보고 준비하는 마음이 설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계획한 것들을 해내지 못했다는 짙은 패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는 이미 시간 관리의 덫에 빠진 건 아닐까. <당신의 시간>(라이온북스.2012)은 우리에게 묻는다. ‘시간 관리를 스킬로만 접근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라지고 시간만 남아 목적 없는 주행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말이다.

책은 소설의 틀을 빌려 세 명의 인물 ‘지우, 성환, 해성’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각각 평범한 30대 직장인, 40대 가장, 20대 아르바이트로 각자 목적지 없이 처해진 현실에 갇혀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었다.

지우는 습관처럼 출퇴근을 반복하며 인터넷 서핑과 쇼핑에 집착한다. 성환은 여느 40대처럼 가정을 위해 돈을 벌며 바쁘게 살아가지만 정작 가족과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는 삶을 산다. 해성은 어디든 취업만 하면 된다는 꿈을 가진 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지우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이상한 환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건을 살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황금색 숫자는 ‘1시간, 30분’ 등 시간을 보여줬고 때로는 보였다 사라지는 것이다. 

혼란스러움을 뒤로하고 한 카페를 찾았다가 자신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카페 주인은 ‘메피’라는 인물로 지우에게 마지막 남은 5분을 이용해 왜 더 살아야 하는지 설명하라고 말한다. 마치 저승사자가 황천강을 건너기 전 묻는 물음 같다.

신비의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에 어렵게 대답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이곳에는 당신은 없군요”라는 말이다. 책이 신비로운 카페의 주인장 ‘메피’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는 건 ‘자신을 사랑할 시간을 안배했는가.’가 아닐까. 열심히 달려왔던 삶에 회의가 들었다면 한 번쯤 돌아봐야할 대목이다.

책은 진정한 삶과 시간 관리에 대한 자기계발서라는 점에서 소설의 형식을 취하는 신선함을 보였다. 덕분에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쉽게 읽힌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자기계발서의 묵직한 내용만 기대했던 독자라면 의아함을 줄 가능성도 있다.

무엇 때문에 바쁜지도 모른 채 ‘난 바쁜 사람이야’라는 느낌이 주는 매혹감에 빠졌거나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져도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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