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으로 인큐베이터를?
자동차 부품으로 인큐베이터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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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아이디어는 ‘네트워크’에서 비롯된다

[북데일리] “아이디어를 보호하기보다는 서로 연결하는 것이 더 좋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한국경제신문.2012)의 저자 스티븐 존슨의 주장이다. 남과 다른 독창성이 수익과 직결되는 시대에 이게 무슨 소리일까.

저자는 책을 통해 탁월한 아이디어의 원천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700년간의 역사에서 발견한 200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검토해 7가지 패턴으로 분류했다. 그가 면밀히 검토하며 통찰력 있게 살핀 패턴은 이렇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연구 분석하여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환경을 ‘인접가능성’, ‘유동적 네트워크’, ‘느린 예감’, ‘뜻밖의 발견’, ‘실수’, ‘굴절적응’, ‘플랫폼’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 가운데 인접가능성으로 정의한 내용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예가 대표적이다.

미숙아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인큐베이터는 2차 대전 이후 미국 모든 병원에 표준 장비로 갖춰졌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의 유아 사망률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였고 당시 4만 달러가 넘는 인큐베이터를 지원한다 해도 고장 시 수리할 기술을 갖추지 못해 방치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프레스테로 교수는 후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를 개발했는데 보스턴의 조나단 로젠이라는 의사의 아이디어로 비롯된 일이었다. 로젠 박사는 프레스테로 교수에게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자동차 부품으로 인큐베이터를 만들면 어떨까요?”

그가 이 같은 제안을 한 까닭은 당시 후진국의 마을들에서도 자동차를 수리해서 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네오너추어(NeoNurture)’라는 이름의 인큐베이터를 만들었다. 전조등이 내부에 온기를 공급하고, 계기판의 환풍기가 공기를 순환시켰으며 초인종이 경보음 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표준 규격의 오토바이 베터리 등을 전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상황은 기술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개발도상국이라는 환경적인 요소로 인해 발현됐다는 견해다. 책은 척박한 환경,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서 탁월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좋은 아이디어는 네트워크라 정의했다.

아이디어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하나의 무리라는 것. 책에 따르면 이는 르네상스 혁신의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 미켈란젤로, 브루넬레스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수도원 화랑의 흥망성쇠에 있다. 이 시기 이들은 사람간의 유기적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자유롭게 순환시키면서 이탈리아의 위대한 혁신가들로 성장했다.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1990년대 던바라는 심리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을 두고 연구를 했다.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내린 결론은 이렇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발견을 한데에는 물리적 요건이 큰 작용을 했다는 점이다. 즉, 그들 개개인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탁월한 발견이나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10명 남짓 정기적으로 모인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창출됐다는 결론이다.

저자가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혁신의 시작 지점은 현미경이 아니라 회의탁자라는 것이다. 독단적이고 소유하려는 아이디어는 고착화되기 십상이고 이를 화합과 공유를 통해 탁월한 아이디어로 승격시킬 수 있다.

책은 아이디어란 환경과 유동적 네트워크에 의해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혁신의 공간(space of innovation)을 뜻한다. 이처럼 저자의 흥미로운 관찰과 통찰은 혁신의 아이디어가 어디로부터 발생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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