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장의 비법 공개 ‘단단한 자부심’
100년 장의 비법 공개 ‘단단한 자부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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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아티스트 효재가 만난 우리 음식문화

[북데일리] 여자로 태어나/ 사는 일 버겁거든/ 풀꽃처럼 구름처럼/ 효재처럼 살 일이네 - <효재처럼>중에서

<효재, 아름다운 나라에서 천천히>(시드페이퍼.2012)의 저자 이효재 씨를 두고 소설가 이외수 씨가 쓴 글이다. 이효재는 주부들이 더 잘 안다. 그녀는 자연주의 살림꾼이자 한복연구가 보자기 아티스트다. 다수의 책을 통해 독자를 만났고 이번에 발간한 책은 우리 문화와 여행을 접목시킨 ‘효재표’ 에세이다.

저자는 전국 30여 곳을 다니며 우리 문화와 자연 그리고 사람을 만났다. 그녀가 처음 발길을 돌린 곳은 전남 담양이었다. 담양은 대나무와 슬로시티로 유명한 곳이다.

책은 느리게 걷는 도시에서 4대 째 떡갈비를 만들고 있는 한 식당을 찾았다. 4대가 한 음식만 고집했다니 어림잡아도 100여 년은 족히 가업(家業)을 이었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그 식당은 1909년에 문을 열었다. 저자를 반갑게 맞이한 주인장의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가업이니만큼 음식의 비법은 남에게 노출하기 꺼려하기 마련인데 떡갈비 식당의 안주인은 이와 달랐다. 저자를 “양념 맛 좀 보라”며 서슴없이 장독으로 안내한 것. 안주인은 100년간의 비법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것을 알려 준들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할 수 없잖아요.”-17쪽

100년간 이어온 장의 비법을 명쾌하게 공개하는 안주인의 모습에 단단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책에 따르면 안주인은 스물셋에 시집와 갈비를 빚은 지 50년이 되었다. 저자는 세월이 달인을 만들었다며 진정한 자신감이란 이런 것이라 소회했다. 이어 안주인이 일러준 장 만드는 비법도 소개했다.

“이곳 떡갈비 간장에는 여섯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데, 배, 생강, 양파, 파인애플, 더덕, 마늘이 그것이다. 그 중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더덕이 가장 중요한 재료다.”-17쪽

책은 우리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경북의 영양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음식미디방>대로 음식을 재현하는 이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고춧가루가 한반도에 들어오기 전 음식이니 현대인들에게는 특이할 것이다. 다음은 저자가 영양에서 우연찮게 만난 이문열 작가를 통해 들은 이야기다.

“<음식미디방>의 저자는 장씨 할매라고 하는데요. 옛날에는 이름을 안 쓰니까요. 음식 맛은 아주 특이한 느낌이죠. 왜냐하면 시기적으로 350년 전 음식이니까. 또 여러 가지 식재료가 지금하고 다르잖아요. 더군다나 지금은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고춧가루나 마늘을 전혀 안쓰니까요.”-159쪽

이어 이 같은 음식문화는 지금으로 치면 저칼로리 건강식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책은 한 집안의 요리비법뿐 아니라 한 시대의 전통을 담아내며 우리의 인심까지 넉넉하게 전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작은 이야기와 이효재 씨의 사색이 곳곳에 녹아있어 푸근함을 더한다.

“바람결에 댓잎 부비는 소리며 대숲에 비 내리는 소리 오늘은 눈으로 보지 말고 귀로 들으란 뜻인가 보다.” -이효재 -24쪽~25쪽

<사진제공: (주)시드페이퍼>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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