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던` 아이의 아버지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던` 아이의 아버지
  • 북데일리
  • 승인 2006.01.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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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궁금해. 왜 그런지 궁금해 / 왜 궁금한지 궁금해 / 왜 궁금한지를 왜 궁금해 하는지가 / 왜 궁금한지 나는 궁금해!"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이자 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1918~1988)이 대학시절 쓴 시다. 짧은 시지만, 가장 사랑받는 과학자들 중 한사람의 호기심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파인만의 인생을 담은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는 확고한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다졌고, 파인만을 향한 독자들의 사랑은 식지 않는다. 그러나 파인만의 삶과 학문을 함께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사이언스북스. 2004)는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띤다. 책을 공저한 존 그리빈과 메리 그리빈은 “이런 사람에 대해 그의 삶과 학문을 함께 다룬 책이 없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파인만의 과학과 삶의 정수를 한권에 묶은 책은 없다. 이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다.”라는 의구심을 갖고 책을 집필했다.

‘현대 모든 과학자 중에서 과학에 대한 감각이 가장 뛰어났고 칠판에 쓴 방정식이 아니라 과학의 심장을 꿰뚫는 심오한 의미를 이해한 사람’ 이었다는 특별한 애정으로 파인만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화에 주목했다.

책은 파인만의 아버지가 보여준 특별한 훈육법을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아들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과학적으로` 생각하도록 아들을 가르친 아버지는 아기가 유아용식탁 의자에 앉던 시절부터 여러 색깔의 욕실 타일로 아기와 함께 놀이를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타일을 어떤 순서로든 일렬로 늘어세우는 놀이를 했고, 그런 다음 이것을 도미노처럼 넘어뜨리면서 놀았다. 하지만 금방 패턴을 만드는 일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흰타일 둘을 놓은 다음에 파란 타일을 하나 놓고, 다시 흰 타일 둘에 파란 타일 하나, 이런 식으로 늘어세우는 방식이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린 파인만은 놀이를 아주 잘하게 되었다.

파인만에게 패턴과 기초적인 수학적 관계를 생각하도록 가르쳤던 아버지의 교육법을 발견할 수 있는 일화다.

이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이용한 교육법도 소개한다. 아버지는 따분한 자료와 정보조차 살아 움직이는 상상력으로 설명해 아들을 신비로운 과학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공룡은 오래전에 멸종한 동물로 몸길이가 8미터에 머리 둘레가 2미터’라고 씌여있던 백과사전의 설명을 이렇게 풀어줬다고 한다.

"이 공룡이 우리 집 앞에 서있다면, 공룡의 머리가 2층 창문에서 우리를 내려다볼 것이고 머리가 너무 커서 창문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지는 못할 것이다"(본문 중)

어린 파인만을 과학에 매료되게 만든 아버지의 훈육법이 눈에 띈다.

캐츠킬 산에서 여름을 나던 시절. 뉴욕인들은 도시의 더위를 피해 이 산에 머물렀다. 파인만의 아버지 멜빌은 주말마다 리처드를 데리고 숲속을 거닐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의 교육방식은 다른 아버지들과 역시 달랐다. 한 아이가 어떤 새를 가리키면서 리처드에게 그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기세가 등등해진 아이는 새의 이름을 말하면서 "너희 아빠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구나"라고 약올렸지만 파인만은 "완전히 반대였다"고 회상했다.

"저새가 보이니? 저건 스펜서 딱새란다.(나는 아버지가 그 새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 새는 이탈리아 말로는 추토 리피티다이고 포르투칼말로는 봄다 페이다야. 또 중국말로는 충롱태이고, 일본말로는 가타노 데케다야. 저 새의 이름을 세계의 모든 나라 말로 알 수 있지. 하지만 그렇게 해도 진짜 저 새에 관해서는 하나도 알아낸 게 없어. 네가 알게 되는 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이고, 그 사람들이 저 새를 어떻게 부르는지만 아는 거야. 자 그러니 우리 이제 저 새가 뭘하는지 관찰해보자. 그게 정말로 필요해" (본문 중)

이로 인해 파인만은 아주 어릴 적부터 무엇인가의 이름을 아는 것과 그것에 대해서 뭔가를 아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작은 수레에 공을 싣고 끌었을 때 공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공은 수레 뒤쪽으로 굴러갔고 수레가 멈추자 공이 다시 앞쪽으로 굴러왔다. 아버지에게 이런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건 아무도 모르지, 일반원리는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멈춰 있던 물체는 멈춘 채 그대로 있으려고 한다는 거야. 물론 물체를 너무 세게 밀지 않았을 때이지. 이런 경향을 `관성`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단다"(본문 중)

책은 아버지의 대답에 "물리학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들어있었다"고 높이 평가한다. 어떤 질문에도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음으로써 아이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훈육법은 특별했다. 단편적인 사고가 아닌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심을 갖게 된 파인만의 어린시절은 아버지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리처드 파인만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은 이루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파인만의 아버지처럼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려는 열정을 가지고 그 열정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전문 과학자 수준의 세밀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던 리처드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말이다"(본문 중)

책은 부모의 교육법이 가진 중요성을 역설한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 객원 교수이며 <슈뢰딩거의 고양이> <거의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시간의 탄생> 등 많은 과학 대중서를 쓴 존 그리빈과 아내인 메리 그리빈이 재조명한 파인만의 기발하고 유쾌한 일화와 과학적 업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진 = 출처 www.groups.dcs.st-and.ac.uk)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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