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인십색' 명사들의 여행법
'십인십색' 명사들의 여행법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23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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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장기하, 김훈...<안녕 다정한 사람>

[북데일리] 여행릴레이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안녕 다정한 사람>(달.2012)은 은희경, 이병률, 김훈, 박찬익, 장기하 등 각계각층 명사들 각자가 순차적으로, 세계 각국으로 떠났던 ‘테마 있는 여행’을 담은 책이다.

소설가, 시인, 셰프,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이 여행에 동참한 인물들이 다채로운 만큼 세계 각지에서 길어 온 여행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마음의 빗장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 그들의 빗장이 열려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담겨있진 않을까.

첫 번째 여행의 주인공은 소설가 은희경 씨였다. 책에 따르면 그녀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 게임’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와이너리(Winery, 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 여행’이다. 이 여행을 위해 비행기로 열 시간이 걸리는 호주로 향했다. 그녀는 이번 여행에 대한 설렘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와인은 그 향기와 자태가 마치 하찮은 비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나를 서서히 뜨겁게 만드는 은밀한 애인 같은 술이다. 값싼 술이 아니기 때문에 열정과 속도도 살짝 조절이 된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는 사방 20킬로미터 안에 백이십 개의 와이너리가 펼쳐져 있다.”-20쪽

이어 호주의 와인을 맛보며 야생의 맛을 느낀다. 프랑스나 미국의 와이너리가 전원적 낭만이 있다면 호주의 와이너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대한 자연이라는 것. 곳곳을 돌아다니며 호주의 와인을 즐긴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병률 시인이었다. 이번 여행릴레이에서 사진작가로서 모든 사람과 동참했지만 정작 자신은 홀로 떠나야 했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외롭진 않았을까. 더구나 12월에 떠난 여행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기우였을 뿐이다. 그가 방문했던 여행지는 ‘산타의 마을’이 있는 핀란드다. 12월에 산타의 마을이라니 탁월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는 그곳에서 세계 각지에서 도착하는 아이들의 편지를 살짝 들여다본다.

책에 따르면 산타의 마을 입구에는 몇 톤은 족히 넘을 편지가 쌓여 있었다. 수신인의 얼굴이나 이름만 적으면 세계 어디서라도 이곳으로 도착하는 편지들이다. 산타마을의 산타 우체국 이야기다. 이어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실었다.

요즘은 수많은 편지와 함께 도착하는 게 있다. 바로 공갈젖꼭지다. 공갈젖꼭지를 놓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산타의 선물과 맞바꾸자는 부모의 제안에 솔깃해진 아이들이 함께 동봉해 보내는 게 요즘 추세라는 것.

책은 이처럼 열 명의 여행자가 전혀 다른 열 번의 여행을 통해 낯선 곳의 이야기와 정경,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푸근한 삶을 담아냈다. 무엇보다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의 느슨한 모습들과 여행지의 모습을 한 권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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