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서 울리는 강한 욕망
내부에서 울리는 강한 욕망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1.07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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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빠져드는 소설

[북데일리]첫 눈에 반한다는 말엔 운명적인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심오한 뜻이 담긴 것이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여기 위험하고 치명적인 운명에 뛰어드려는 남녀가 있다. 아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인 <데이지>(2011. 그책) 선정적인 표지는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은밀하고 불안한지 말해주는 듯하다. 
 
 화자인 ‘나’는 의사이자 정치가로 안정된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모두가 부러워할 삶이다.  안나를 만나면서 삶의 기반이 흔들린다. 나의 내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적막에 휩싸였다. 갑자기 퍼뜩 정신이 들기라도 한 듯 깊은 한숨이 나왔다. 알아본 데 대한 충격이 거센 물살처럼 내 몸속을 흐르고 지나갔다. 잠깐 동안 나는 같은 부류를, 나 같은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서로 알아보았다. 그것은 고마운 일이었고 그냥 흘려보내고 싶었다. (…)내 영혼은 안나 바턴에게 내달렸다. 산과 나 사이의 사적인 일이니만큼 자유롭게 영혼이 튀어나가게 내버려둬도 될 것 같았다. 마음이나 정신, 육체, 삶이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을 터였다.’ p.35~ 36 
 
 안나는 아들의 연인이다. 그녀는 나와 은밀한 관계를 시작한다. 안나를 만나면서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되었다. 안나는 달랐다. 아들인 마틴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걸 말이다.  마틴은 안나가 지닌 상처를 안나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안나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자살을 한다. 모든 건 예정된 것인지도 모른다. 비밀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므로. 마틴의 죽음으로 숨겨졌던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세상에 드러난다.  
 
 불행한 결과를 마주할 게 분명한 소설임에도 강한 끌림이 있다. 그건 소설을 감싸는 긴장감과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잘 묘사 때문이다. 특히 내재된 슬픔을 최대한 끌어올려 분출하면서도 고요와 평온을 유지하는 안나와 그녀의 마음을 담은 편지의 내용은 압권이다.  
 
 ‘나 자신을 당신에게서 떼어내야 해요. 나는 치명적인 선물이었어요. 난 당신이 그렇게 열심히 찾았던, 쾌락이라는 가장 큰 보답을 주는 고통스러운 선물이었어요. 우리는 격렬한 한 쌍이 되어, 우리가 누구며 누구였든 자유롭게 솟구쳤어요. 지구에 온 외계인들처럼 우리는 서로를 발견했고, 발걸음마다 우리가 잃은 별나라의 언어를 새겼어요. 우리에게는 고통이 필요했어요. 당신이 갈구한 것은 내 고통이었어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당신의 허기는 충분히 채워졌어요. 이제 당신은 당신은 나름의 고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것이 ‘모든 것, 언제나’가 될 거예요. 당신이 나를 찾아 다닌다 해도 난 거기 없을 거예요. 당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찾아다니지 마세요. 우리에게 주어졌고 이제는 영원히 가버린 나날 역시 ‘모든 것, 언제나’예요.’ p. 252 
 
 누군가는 불편하고 잔인한 소설이라 할 것이며 누군가는 은밀하게 공존하려는 인간 내부와 외부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기억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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